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쇼이치로(76) 명예회장은 21일 "대우자동차는 해외시장에서 너무 급성장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도요다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차가 도요타의 지분을 사들인 인도공장이나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이룬 성과는 경이로울 정도"라면서 "본인은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 4위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의 오너로 세계자동차 업계 원로인 도요다 회장의 이같은 언급은 대우차가 해외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치명적인 패착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다 회장은 이어 "한국차는 성능도 좋고 가격도 싸 경쟁력이 있다"면서 "특히 소형차를 싸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라며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한국시장에 고급차인 렉서스 모델을 투입한 것도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에 비춰 EF쏘나타와 같은 급인) 캠리로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요다 회장은 "지난 1월 90대의 렉서스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은 괜찮은 스타트였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생각도,대우차를 인수할 계획도 없다"며 한국시장에서는 판매만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 수출확대로 인한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해 "자동차판매분의 절반 정도는 해외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며 "미국에서도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국이 이같은 점을 이해해주면 통상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 기아자동차 역시 통상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가까운 장래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날 렉서스 국내 판매를 계기로 앞으로 3년간 인문학계 박사학위 소지자 8명에게 5억원의 연구비용을 지원하고 5천만원을 들여 매년 고등학생 5명을 일본에 단기 초청하는 한·일 상호교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도요다 회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는 도요타의 기업이념 중 하나"라면서 "앞으로 한국에 대한 사회활동 프로그램을 확대,발전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