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시책에 정면 배치되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투신운용사 신규 설립을 허용키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는 특히 산은의 투신업 진출 추진이 금융 전문가인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이들이 해외출장 중인 틈을 타 금감위·증선위 합동간담회를 개최,설립인가를 내정한 뒤 요식행위만 남겨두고 있어 전문가들의 심의기능 자체를 무색케 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위와 증선위는 지난 16일 합동간담회에 이어 20일 증선위 회의를 갖고 그동안 비상임위원들의 반대로 보류해온 산은투신운용 설립건을 승인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23일 금감위 회의안건으로 상정,통과시키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산은투신운용사 인가에 강력히 반대해온 금감위와 증선위 비상임위원 6명 가운데 3명이 국내외 출장(2명 해외,1명 국내)중인 틈을 타 정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합동간담회를 열고 산은투신운용 설립인가를 내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교수들인 금감위와 증선위 비상임위원들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마당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공공부문 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산은의 투신운용사 설립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또 증권투자신탁업 감독규정상 문책경고를 받은 산은의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능한데다 민간 금융기관들의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였다.

한 증선위 비상임위원은 “공기업을 매각하는 등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은에 자회사를 더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 시책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 반대해 왔다”며 “산은이 보유한 대우증권도 매각해야 하는 마당에 증권영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투신사도 있어야 한다는 산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산은은 그러나 1년 안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안될 경우 자회사 전체를 매각하고 투신운용 지분 50%를 외자유치로 조달,일부 경영권을 양도할 수도 있다며 비상임위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벌여왔다.

또 자회사 설립을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에는 임원 1명과 최소 인원인 4∼5명만 배치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며 이들을 설득했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와 비상임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며 “비상임위원들이 그동안 원칙을 내세워 반대해왔으나 현실적으로 금융지주회사에 투신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 설립인가를 내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