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타계한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은 대성산업공사 설립 후 54년 동안 연탄에서 시작해 석유 가스 등 에너지업종 한우물을 판 한국 에너지산업의 산 역사였다.

고인은 1947년 국내 최초의 민족자본 연탄회사인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했다.

그가 연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7세 때인 1933년.

대구상고 3학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중퇴하고 삼국석탄 대구지점에 입사하면서였다.

김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6년간 일하다 일본으로 건너가 독학으로 43년 일본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귀국했다.

그는 47년 5월 "연료 대책이 시급하고 더 이상 산림이 황폐화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며 대구 칠성동에서 연탄 판매 및 제조업체인 대성산업공사를 설립,연탄사업에 뛰어들었다.

52년에 전동식 설비를 갖춘 조선연료공업을 인수하면서부터 연탄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56년 서울 동대문에 공장을 설립하고 삼국석탄공사 제1공장이던 왕십리 공장을 인수하는 등 날로 사업을 확장했다.

연탄사업으로 큰 돈을 벌면서 64년 LPG(액화석유가스) 판매업,68년 석유류 판매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국내 최초의 종합에너지 업체로 발돋움했다.

83년에는 청정연료로 각광받기 시작한 천연가스로 눈을 돌려 대구도시가스를 설립하고 서울도시가스를 서울시로부터 인수했다.

이어 해외 탄광과 유전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3공화국 시절 정치헌금을 내라는 실력자들의 종용을 거부하다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출장비 등 쓰다가 남은 회사경비는 반드시 회사에 반납할 정도로 투명경영을 실천해 왔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해 중반부터 지병과 노환이 겹쳐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자 지난해 11월과 12월 계열사를 세 아들에게 나눠 맡기는 승계작업을 서둘렀다.

그는 아들들에게 그룹을 맡기면서 "회사가 내 소유라는 생각을 버려라.오너가 밀어붙이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기업이 이익을 못내면 죄악이니 이익을 못 낼 때에는 경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을 기용하라.이사회를 사장의 들러리로 만들지 말라"고 훈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