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면 돈 주는 비즈니스모델로 성공벤처를 일궈낸 인물(김진호)"

"외산 일색이던 초음파진단기를 국산화한 벤처업계의 대표주자(이민화)"

"정도(正道)경영으로 존경받아온 벤처업계의 대부(정문술)"

이들 1세대 벤처인은 맨손으로 창업해 성공을 일궜다가 기업전선을 떠났거나 퇴진을 눈앞에 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쌓아 놓은 부를 사회에 되돌려 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거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실패에 따른 도의적 책임이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밀려나는 등 그 속내는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1세대 벤처인의 부침이 한국 벤처산업의 성숙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멋진 퇴장 =벤처기업인의 퇴장무대는 지난 1월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의 전격 사퇴에서 극적인 연출이 이뤄졌다.

지난 83년 미래산업을 창업, 한국의 대표 반도체장비업체로 키운 그는 장대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시키고 은퇴했다.

특히 그의 경영권 세습 거부방침은 경영권에 집착해온 많은 국내 기업인과 대조를 보이면서 "아름다운 퇴장"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요즘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몰두해 있다.

벤처기업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끊임없는 도전을 추구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옥션의 창업자인 오혁 전 사장이 여기에 속한다.

올초 세계 최대의 인터넷경매업체인 미국 e베이에 옥션을 매각한 그는 IMT-2000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네트를 창업, 성공벤처로 키운 허진호씨는 지난해초 한국피에스아이넷(구 아이네트)의 사장 자리를 박차고 아이월드네트워킹을 설립했다.

인터넷 기반 ASP(응용소프트웨어제공)라는 새 시장의 개척자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 안타까운 퇴진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은 오는 4월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97년 야후코리아 설립 주역으로 야후코리아를 국내 최고의 인터넷포털업체로 키워낸 그의 사임이유가 병석의 자녀를 돌보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랬다.

한국벤처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메디슨 이민화 회장의 향후 거취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메디슨을 제조와 투자부문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의 거취는 오는 5월 주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회사측은 이 회장이 경영상 두가지 실패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단기부채의 관리를 소홀히 했고 주식 매각시기를 놓쳤다는 것.

지난 99년 9월 자본금 10억원짜리 회사를 6백억원에 팔아 벤처갑부의 대열에 올랐던 L&H코리아 서주철 전 회장은 작년 11월 벨기에 본사로부터 직무정지 통보를 받은 후 칩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2년 음성처리 솔루션업체인 범일정보통신을 창업해 성공벤처를 일군 그는 회계상 오해로 불명예 퇴진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여행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3W투어를 지난 98년 창업한 장진우씨도 회계처리의 오해에 따른 마찰로 지난해 5월 사장에서 물러났다.

장 사장은 인터넷교육 포털업체인 e아카데미를 세워 평생의 꿈인 교육사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골드뱅크 창업자인 김진호씨와 국내 첫 인터넷허브포털사이트를 선보인 인티즌과 맥스무비 창업자인 박태웅씨도 경영권 분쟁으로 지난해 창업한 기업을 떠난 케이스다.

김진호씨는 일본에서 온오프라인마케팅업체인 엠스타닷컴을 세워 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씨도 작년말 보안업체인 리얼패스를 설립,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 한국 벤처산업에 던지는 시사점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창업자가 자신이 키운 벤처를 떠나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업체의 대명사격인 야후가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자인 제리 양은 비전 제시와 투자에만 힘을 쏟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파일로는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실질 경영은 전문경영인인 팀 구글 회장과 제프말렛 사장이 맡고 있다.

실리콘그래픽스와 넷스케이프 창업자로 유명한 짐 클라크는 벤처를 키운 뒤 떠나 새로 도전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렇듯 실리콘밸리에선 성장단계에 따라 창업자가 자리를 떠나는 것을 색안경 끼고 보지 않는다.

이는 기업을 개인소유로 보지 않는 창업자의 의식과 벤처캐피털의 밸류업(가치높이기) 서비스간 합작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능력본위의 성숙된 CEO시장이 형성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토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창업자의 인식전환과 함께 정부도 벤처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이같은 인프라 구축에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