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거리에서 이색 농구대회가 열렸다.

LG로고가 적힌 청홍색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모여 기량을 뽐냈다.

LG가 브랜드광고를 위해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연 길거리 농구대회였다.

LG전자 텐진법인의 손진방 법인장은 "전국 3천개 팀(약 1만5천여명)이 참가한 이 이벤트로 "함께 뛰는 LG"라는 브랜드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며 "중국광고도 전통 매체홍보에서 이벤트기획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는 중국에서 냉장고 TV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각종 가전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종합가전회사.

이중 에어컨은 작년에 약 50만대가 판매돼 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중국상업정보센터 조사).

점유율로만 보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현지 업체가 시장을 완전 장악한 상황에서 진출,판매개시 3년만에 이룬 실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3년 먼저 중국에 진출했던 에어컨분야의 세계 1위인 마쓰시타를 누르고 외국 브랜드로선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LG의 마케팅전략은 회사가 유통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직판체제로 요약된다.

공장에서 나온 제품은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등 6개 대도시에 자리잡은 분공사(공장직영 유통점)로 퍼져나간다.

분공사는 이를 각각 3∼4개에 달하는 산하 연락소(모두 19개,직영도매점)로,연락소는 백화점등 매장으로 제품을 뿌린다.

분공사 및 연락소 직원은 모두 LG가 채용한 정규 직원이다.

또 전국 6백여개 매장에 3천여명의 임시고용 사원들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장-분공사-연락소-매장으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에 중국 대리점의 개입을 배제한 것이다.

LG전자 베이징지사 최만복 상무는 "대리점은 초기 시장진출에 효과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통주도권을 빼앗기는 등 오히려 시장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내 손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제품을 중국실정에 맞게 뜯어고친 것도 주효했다.

중국 남부지방의 여름은 뜨겁다.

그런데 겨울에는 난방시설이 아예 없어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낀다.

LG는 이를 감안,남부지방에 보급되는 제품에는 보조열판(히터)을 달아 난방기능을 확대했다.

또 중국 가정 대부분이 20평 남짓의 소규모라는 점을 감안,벽걸이 에어컨보다 입체형 에어컨에 승부를 걸었다.

중국은 지역별로 소비자 취향이 제각각이다.

각 성(省)이 다르고,도시가 다르다.

송교영 광저우 지점장은 "지역마다 다른 취향을 면밀히 연구해 제품을 철저히 현지화하는 게 중국시장 공략의 성공열쇠"라고 말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