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오뉴월에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든다는 옛말이 있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고도 한다.

눈을 풍년의 징조로 보는 얘기들이다.

또 결혼 전날밤이나 장례 때 눈이 오면 좋고 첫눈 위에 넘어지면 1년 내내 재수가 좋다는 속신은 우리에게 눈이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눈이 이처럼 풍요와 상서로움의 상징이긴 해도 지나치게 많이 오면 큰 재앙을 몰고 왔다.

눈이 집으로 들이치거나 꿈에 눈을 밟으면 초상이 난다는 속담은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33건의 눈에 관한 기록가운데는 재해를 몰고온 대설 10건이 실려 있다.

세종 3년(1422) 2월6일에는 제주도에 5~6자나 되는 눈이 내려 1만여마리의 말중 많은 수가 얼어죽었다고 했다.

단종때인 1453년에는 서울에 3~4자가 넘는 눈이 내렸고, 1526년에도 함경도 경성 지방에 4~5자의 폭설이 내려 1백여명의 인명피해가 났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폭설이 내린 때가 1월말~2월초 겨울의 막바지로 봄을 앞둔 시기인 것이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하루에 내린 눈은 1955년 1월20일 울릉도의 1백50.9㎝가 기록이다.

여러날 눈이 내려 쌓인 기록 역시 울릉도의 2백93.6㎝가 첫째이고 육지에서는 대관령의 1백88.8㎝가 가장 많다.

엊그제 서울과 중부지역에는 근래 보기 힘들었던 폭설이 내렸다.

특히 서울에는 하루에 23.4㎝의 눈이 내려 69년 1월28일(25.6㎝) 이후 32년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자연의 위력앞에 한동안 자동차 비행기도 꼼짝 못하고 일부 도시기능이 여지없이 마비되는 현대도시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10㎝의 적설량이 1㎝의 강우량과 수분 함량이 같다니,비보다 눈의 위력이 더 센 모양이다.

쌓인 눈이 녹으면 멀지않아 아지랑이가 일고 농부들은 들일을 시작할 것이다.

어느해보다 눈이 많이 내린 금년은 풍요와 상서로운 일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인이나 나라의 모든 걱정도 ''봄눈 녹듯''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