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 과학기술부 연구개발기획과장 >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공상과학소설 ''환상의 항해''를 영화화한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를 보면 환자의 몸 속에 세균 크기 정도의 작은 잠수정이 주사기를 타고 혈관에 들어가 준비해간 레이저 광선으로 암세포를 제거하고 환자가 흘리는 눈물을 타고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은 잠수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가공 기술과 신호처리 기술, 극소형카메라와 초소형모터 등 첨단 과학기술이 숨어 있다.

연구개발사업은 한 나라의 다양한 여건과 미래 전망 등을 고려해 지원할 과제와 평가체계를 결정한다.

연구과제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지원성격에 따라 선정되기도 하고 탈락하기도 한다.

물고기 종류에 따라 고기잡는 그물의 코가 달라지듯이 연구개발사업도 목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연구사업''은 새로운 원리를 규명하거나 기존의 과학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국가지정 연구실사업''은 핵심기술을 지닌 우수한 연구실을 육성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또 연구개발사업은 우수한 연구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평가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연구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잘못된 평가과정은 우수과제를 누락시키게 되고 때로는 예산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R&D 평가과정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을 함께 담고 있는 최적의 평가시스템이라고 본다.

평가과정의 전문성이 최우선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연구원들이 인정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도 각계로부터 추천받은 3천여명의 전문평가단이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연.학연 등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배격하고 사후관리 차원에서 추적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내용있는 평가를 위해서 대체로 2∼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연구개발사업은 모든 나라에서 프로그램과 연구과제로 구분해 평가한다.

우리도 프로그램 평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연구과제는 관련부처에서 담당한다.

지난 1월에는 프로그램평가의 공정성을 목표로 ''과학기술기본법'' 제정 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설치, 여기서 프로그램평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법제화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연구개발 지원개념도 발전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미국 미시간대학 밀러 교수가 제안한 4세대 R&D 개념 등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평가시스템도 보강되고 있다.

이전엔 하고싶은 연구, 산업수요에 맞는 연구를 중심으로 연구비가 지원됐으나 앞으로는 연구효율을 더 높여 나갈 수 있는 기술포트폴리오(portfolio) 기법과 로드맵(roadmap)을 결합시킨 전략형 R&D나 기존제품의 개념을 뛰어넘는 가치혁신형 R&D를 지원하는 평가가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이러한 새로운 평가기법을 계속 접목시켜 과학기술자로부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평가자는 보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보여주어야 하고 신청자는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평가과정에서 얻은 귀중한 정보를 차기 연구계획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