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과 대우그룹사 등의 회계부실 규모와 내용이 밝혀짐에 따라 IMF경제위기는 사실상 회계위기가 불러 왔다는 외국인들의 평가가 재확인되고 있다.

기업실패가 있었다 하면 수천억원에서 수십조원까지의 회계분식이 드러나 회계와 회계감사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부실회계의 기본 유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비슷하다.

첫째, 매출이 없는데도 외상채권을 장부에 올렸다.

또 회수한 금액을 유용한 뒤 장부에는 외상채권을 그대로 두거나,예상손실인 대손충당금을 적게 잡는 방법을 썼다.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공사진행률을 앞당겨 잡아 매출을 미리 올리는 방법을 동원한다.

그래서 장기 건설공사의 원가율이 첫해는 60%, 둘째해는 90%, 셋째해는 1백50%가 되는 식의 결산이 드물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나쁜 이유도 기존의 부실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부족분을 메우는데 영업이익을 다 소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방법이다.

이미 썼거나, 팔았거나 또는 생산하지도 않은 재고를 있는 것으로 기재했다.

이밖에도 재고자산의 단가를 부풀리거나, 못쓰게 된 재고를 정상가격으로 평가하는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셋째, 부채를 숨기는 방법이다.

차입한 돈의 일부를 유용하고 장부에 올리지 않거나, 지급 보증한 상대방이 부도가 났는데도 지급보증채무를 손실로 반영하지 않는다.

넷째, 당기에 발생한 비용이나 손실을 미래의 기간으로 이연한다.

파생상품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해 이를 숨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유가증권의 평가방법이나 외화표시자산부채의 평가방법을 수시로 바꿔 주었다.

또 기업들도 감가상각방법이나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에서 이익이 많이 날 것 같으면 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익이 안날 것으로 예상되면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회계정책을 빈번하게 바꾸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조정된 금융기관들의 대출금이나 이자가 내재되어 있는 장기 채권채무를 현재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명목가격으로 표시하는 것이 기업회계기준이었다.

부실회계를 일소하고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실회계를 지시한 사람의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해야 하고 한정의견을 받은 재무제표의 유통을 금지시켜야 한다.

부실회계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보호조항을 법률에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부감사인들에 대해선 감사대상 법인에 대한 일체의 주식투자를 금지시켜야 하며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조항을 국제수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공인회계사의 직업윤리규정을 국제윤리기준에 버금가게 강화하고 윤리규정의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감시 및 처벌 체제를 한국공인회계사회 내부에 확립해야 한다.

기업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외부감사인을 교체하지 못하게 하고 전기 감사인의 반론권을 보장하며 기업은 감사인 변경사실과 변경사유 및 전기 감사인의 반론내용을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고 감사위원회의 운영에 대한 표준규약 등을 제정해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결합재무제표 도입,법률의 위탁을 받아 기업회계기준의 제.개정과 해석을 전담하는 독립 민간회계기준 제정기구인 한국회계연구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부실회계에 책임 있는 임직원과 공인회계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 가위 혁명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회계가 새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누적부실을 대청소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

다만 관련 기업과 외부감사인에 대해서는 올해에 한해 면죄부를 주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