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덕 < 서울대 행정학 교수.한국행정학회장 >


공공부문 개혁이 후반부에 들어섰다.

공공부문 개혁은 한 정권의 임기와 상관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혁은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에 집권정부의 임기에 의해 불가피하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집권정부의 개혁은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현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은 마무리 단계에 있는 셈이다.

3년 전 출범한 김대중정부에 부여된 공공부문 개혁 과제는 우리나라를 친시장국가로 이행시키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외부환경으로부터 부여된 것이었다.

즉 전지구화(globalization)로 불리는 국제질서의 대두와 그로 인한 영어권 선진국들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확산이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말에 겪은 외환위기는 이같은 국제적 환경변화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환경변화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을 신거버넌스(new governance),혹은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로 지칭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구조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관료제 패러다임에 의한 행정영역을 축소하고 정책결정과 정책집행을 기능적으로 분리,정부기구는 전자만 담당하고 후자는 다양한 다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 개혁 모형에 따르면 주로 정책집행을 수행하는 정부기구들은 지방정부나 에이전시 등으로 이전하고,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환경의 와중에,그것도 발등에 떨어진 환란의 불 속에서 집권한 김대중정부는 출범직후부터 그것이 정강에 부합하든 아니든, 신자유주의적 친시장국가를 지향하는 공공부문 개혁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성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처음에 제시한 목표의 외면적 혹은 양적 면에서의 성과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 질적 제도화 면에서는 더욱 취약한 결과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국가체제에 배태되어 있는 소위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의 제도적 특성에서 초래되는 ''경로의존성(path-dependent)''에다 김대중정부가 처한 정치 경제적 입지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영어권 개인주의국가들의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거버넌스 체계와는 부합되지 않는, 행정문화 및 제도적 특성에 바탕을 둔 발전국가적 거버넌스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일반적으로 국가체계의 제도적 특성은 지속성이 있어 개혁을 경로의존적으로 만드는 성향을 지닌다.

공직인사에서 개방형 임용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실제 운영 면에서는 과거의 관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산하단체들을 성과주의에 따라 운영한다고 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인 자율성이 거의 부여되지 않은 문제 등은 이같은 제도적 지속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 김대중정부가 처한 정치 경제적 딜레마도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현재 집권한 여당의 중요한 정치적 지지세력 가운데에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구(舊)자유주의, 혹은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집단과 노동자집단이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 있어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친시장국가 지향의 개혁은 이데올로기적 혹은 정치적인 배신에 다름 아닌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여소야대''정국 하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3대 정당 가운데 정강면에서 가장 차이가 큰 자민련과 연합한 점도 현 정부의 개혁방향 설정에 혼선을 빚어내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지난 3년간의 개혁은 제도적 경로의존성과 현실 정치 경제의 딜레마상황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비일관성을 빚어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제도적 및 상황적 요건이 변하고 있다는 징조는 아직 찾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내년은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1년 내내 선거를 치르게 된다.

올해 이루어지는 개혁에 대한 평가는 내년에 있을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ydju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