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활발히 전개되던 남북교류가 최근 북측의 강경자세에 밀려 각 분야의 회의가 잇달아 결렬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뾰죽한 대책을 마련치 못해 고심중이다.

남북경협은 인천-남포간 뱃길이 끊기면서 석달째 물자를 실어나르지 못하고 있어 업체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한은 인도지원물자를 실은 ''밍르(明日)''호의 입항을 최근 허가했으나 12일에도 남포항에 쌓여있는 국내 위탁가공업체들의 물품을 선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기선의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위탁가공업체들은 뱃길이 끊기면서 물품을 제대로 생산치 못해 지금까지 1백36억원대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 7∼1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전력협력실무회의는 실태조사대상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으며 남북은 2차 회담일자조차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또 지난 8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5차 남북 군사실무자회담에서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관리구역 공동규칙'' 41개항을 합의했으나 북측이 지난 11일 "노동당과 북한군에 대한 한국의 ''주적(主敵)''개념이 바뀌지 않으면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수 없다"며 합의서 교환 연기를 일방 통보, 3월 착공이 예상되던 경의선 철도 및 도로연결 공사 등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측이 대북송금액을 절반만 지급한 데 대해 북측이 전액송금을 거듭 요구,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2005년까지 통천지구에 투자하기로 했던 2억3천4백만달러 규모의 골프장 스키장 호텔 콘도등 종합시설 건립은 자금난으로 중단할 처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밖에 남북은 지난달 29∼31일 3차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서신교환등 일부 합의를 이뤘으나 비전향장기수 북송을 대가로 남측이 요구했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문제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