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남의 한 일본계 대금(貸金)업체 사무실.

대학생 김 모(22)군이 대출상담을 위해 머뭇거리며 들어섰다.

창구 여직원과 10여분간 상담을 끝낸 그는 30분내로 신청금액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주겠다는 설명에 밝은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2백만원을 빌렸다는 그는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언제든지 되갚을 수 있어서 큰 부담이 없다"며 "친구들 중에도 편리함 때문에 대금업체에서 급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국내 급전대출 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대출금리는 평균 월 7.2%로 엄청나게 높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만 있으면 즉시 1백만∼5백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영업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매월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최장 3년까지 빌려주는 곳도 있어 급전이 필요한 이용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외환위기때 양산된 신용불량자들이나 대학생 등이 주고객이다.

초저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햇살''이 미치지 않는 응달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파악하고 있는 일본계 대금업체는 A&O인터내셔날과 프로그래스 등 2개사.

금감원은 이들을 포함,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일본계 대금업체가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규모만도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A&O인터내셔날은 일본의 대금업체인 히타치신판이 지난 1998년 국내에 설립한 회사다.

전국에 28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수가 2백50명에 이른다.

이 회사 이창용 회계부장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사채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1월말 현재 대출잔액이 약 9백억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은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대금업체끼리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몇년 내로 일본과 비슷한 연 4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동의 또 다른 대금업체에서 만난 주부 이 모(45)씨는 "돈 빌리면서 인사를 다섯번씩이나 받아보기는 여기가 처음"이라면서 "예전처럼 짧은 기간동안 급하게 쓸 돈을 구하러 주변사람들에게 부탁하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일본계 대금업체가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올 수 있는데다 일본내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면서 연체관리 노하우를 쌓아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금고를 비롯한 서민 금융기관들이 최근 극심한 구조조정으로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그러나 대금업체가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연체대금을 회수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금리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