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인 정보통신부가 수렁에 빠졌다.

IMT-2000에 관한 정통부의 기본방침은 한국이 동기식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반드시 동기식 사업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믿었던 ''실력자''들은 작년말 비동기식을 선택했다.

이에 경쟁에서 탈락한 LG텔레콤을 포함시켜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유도했으나 대기업들이 외면했다.

하는수없이 하나로통신 주도의 ''미니컨소시엄''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컨소시엄이 ''현재의 구도''로는 동기식 사업자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현재의 구도''란 비동기 사업권을 따낸 사업자들이 비동기 서비스를 미룬 채 수년간 IS-95C라는 동기식 IMT-2000 초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기식 사업자와 맞대결할 것이란 점이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 자회사들은 이미 IS-95C 서비스에 착수했고 한단계 진보한 HDR(CDMA-2000 Ev-DO)도 준비중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 5월 "IS-95C는 기술진보이기 때문에 정부의 인허가대상이 아니다"며 기존 사업자들에 길을 터주었다.

당시 정책국에서는 "IMT-2000의 초기 서비스인 IS-95C를 허용하면 사업자 선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느닷없이 주파수 경매제를 거론, 언론의 시선을 따돌리며 IS-95C를 허용했다.

이 바람에 기존 사업자들은 동기식 사업권을 거저 따낸 셈이 됐고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하겠다던 입장을 일순간 바꿔버렸다.

하나로통신 주도의 미니컨소시엄은 동기식 사업자가 살아남게 하려면 1조원이 넘는 출연료를 2천2백억원으로 깎아주고 비동기 사업자들은 HDR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통부 입장은 난처하다.

출연금은 형평성 때문에 깎아줄 수 없고 HDR 서비스는 ''기술진보''이기 때문에 막기 어렵다.

IS-95C를 허용하자고 주장했던 정통부 간부들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