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덕 < 상록노동문제연구소장 >

이번 겨울에 20년 만의 대폭설이 내려 비닐 시설농업과 축산농가,바다 양식어장 할 것 없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농림부는 여느때와는 달리 신속히 설해(雪害)조사에 나섰고,국회도 재해액의 35% 보상예산을 책정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종전의 수해와 큰 화재발생 때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반갑다.

작년 11월 트랙터를 앞세운 우리 농민들이 전국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미온적인 농가부채 경감안에 저항,전에 없던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다.

종래 산발적인 소떼 돼지떼 시위와는 달랐다.

농가부채를 현물로 상환하겠다며 경운기 트랙터 볏섬들을 군청 앞에 산더미같이 쌓아 놓았다.

이처럼 농민시위를 과격하게 이끈 것은 주로 농촌후계자와 정부혜택을 많이 받은 농촌실세들이었다.

정부에서는 예전에도 다섯차례나 농가부채를 그때그때 탕감·경감·연기한 바 있었다.

그렇지만 농가부채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1999년 말 농가당 부채 평균액은 정책자금조 부채만 1천8백50만원이다.

고율인 상호금융까지 합치면 2천2백10만4천3백94원으로서 당년 농가가처분소득을 몽땅 털어 바쳐도 모자랄 판이다.

농협 자료에 의하면 작년 7월말 농가 총 부채는 39조9천억원에 달했다.

반면 배추 한 포기는 단돈 1백원이었으니 산지에서는 갈아 엎기까지 했다.

벼농사만 겨우 가격을 제대로 받을 뿐,마늘과 파 할 것 없이 채소농사나 과일농사,축산·임업·수산업에 이르기까지 수지맞는 게 없다.

쌀 농사도 2005년부터는 완전 수입개방될 터이니 이러다간 우리 농업은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

목화 보리 콩 등도 예전에는 1백% 자급자족했었다.

우리 농업은 ''노동집약적 농업''이 트랙터 콤바인 유리온실 등을 이용하는 ''자본집약적 농업''으로 변신하면서 농민들은 대부분 산더미같은 부채를 안고 말았다.

농산물가격은 오르지 않고 폭락하니 결국 이판새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동학농민대란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IMF 이후 재벌 산업자본과 금융사들은 1백6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국민돈으로 해결해주고 있다.

농민들에게 베푸는 것도 이와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업이야말로 경쟁원리보다 과세 및 직불제 등을 통해 보호육성할 산업이다.

특히 농업생산은 첨단 육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영농도 공장처럼 기계화·생력생산(省力生産)체제로 이행,과학농업으로 탈바꿈해야 오늘날의 이른바 ''세계화추세''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우리 농정도 이제 ''수지맞는 농업으로''라는 신사고(新思考)를 도입,''농민을 위한 농정''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

과거와 같이 다른 산업발전에 ''종속''돼 또 희생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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