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평생 식구들 뒷바라지하며 화장한번 못해봤다.

요즘도 "밤낮 싸돌아댕기는"며느리 대신 살림을 하느라 뼈골이 빠진다.

50대 어머니.사업하랴,여행다니랴,집에서 제일 바쁘다.

천하태평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힘겹다.

영화한다고 설쳐대지만 사실 백수나 다름없는 뚱뚱하고 나이꽉찬 딸년이 제일 걱정이다.

30대 딸 희선.작업이 없을땐 누워 뒹굴고 밥먹는 게 일이다.

"살빼서 시집갈 생각이나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하지만 스스로도 뾰족할 것 없는 처지가 가슴아프다.

툭하면 으르렁대거나,잘해야 데면데면하던 세 여자는 가을 어느날 연례행사인 고추말리기가 시작되자 어쩔수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다.

독립영화 "고추말리기"(감독 장희선)는 실제 감독자신과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다.

서로 상처주고,상처입는 여자들의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갈등과 화해.하지만 그 소소한 가족사는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상처입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의 삶으로 보편화된다.

여성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소박하고 꼼꼼한 시선은 작지만 진한 웃음과 감동들을 거둬들인다.

감독 희선역(박준면)만 제외하곤 할머니(최천수)와 어머니(설정원)며 모두 실제 감독의 가족들.이야기자체가 "실제상황"인데다 배우들의 프로 뺨치는 연기력이 놀라울 정도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등을 내놓은 인츠닷컴의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3호로 1999년 여성영화제 우수상.독립단편영화제 우수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54분.관람료는 4천원이다.

모녀가 오면 반액,할머니까지 3대가 함께오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

10일 광화문 아트큐브 개봉.(02)2002-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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