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한 규모는 총 5백23억달러다.

이중 4백억달러가 외환위기 이후 3년간에 집중됐다.

하지만 IMF체제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의 상당부분은 장기적 생산자본보다는 단기적 투기자본 혹은 포트폴리오 투자였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M&A나 전략적 제휴,주식투자 등의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어서 외국인투자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급부상했다.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하다 보니 신규 설비 증설보다는 부채상환이나 사업부문 매각 등의 형태로 이루어진 결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은 산업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 및 지역 산업정책 차원에서 볼 때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정책은 신설 투자(green field investment)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총량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설 투자가 얼마만큼 유치됐느냐가 중요하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형태를 신설 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 두가지로 나눈다고 할 때 포트폴리오 투자는 기업간 이해관계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므로 국가나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정부는 유리한 조건의 외국인투자가 유입되도록 여건을 개선해주면 그만이다.

M&A 등의 포트폴리오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신설 투자와 같은 추가적 투자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신설 투자는 국내에 자회사및 공장설립 등의 형태로 진출하는 것으로서 단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설 투자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나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하다.

그 대표적 예로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을 들 수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입주기업 투자 잔액은 1999년 말 현재 2억5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국가 및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엄청나다.

지난 70년 단지 설치 이후 작년까지의 총 수출실적이 3백71억달러이고 무역흑자 누계액이 1백50억달러를 넘는다.

특히 작년에는 수출이 44억달러로 급증했고 흑자액이 12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흑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10%가 넘는 규모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의 단위면적당 수출실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단지인 구미공단의 6배에 달해 그 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저력은 핀란드의 노키아티엠시,일본의 소니와 산요 등 입주기업의 세계적 경쟁력과 협력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수출실적은 마산시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수출증대는 물론 기술이전과 고용및 세수증대, 나아가 역외가공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궁극적 목적은 국가경쟁력 향상이지만,글로벌 경제에서는 그 효과가 국지적으로 미친다.

따라서 지역경제의 발전과 활성화야말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진수(眞髓)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자유무역지역 이외에 외국인투자지역,외국인기업전용단지 등 많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자유무역지역은 지방 중소 항만도시의 경제발전을 견인하는데 적합하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군산지역에 새로 자유무역지역을 설치했지만,외국인 직접투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일본은 물론 유럽의 기업가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최대 걸림돌이 노사분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에는 노사 무분규를 선언하고 보증하는 지자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기 쉽고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