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한껏 위상이 높아진 증권업협회장의 임기가 오는 12일로 끝난다.

자연히 배창모 현 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이었다.

증권업계에는 배 회장과 또다른 증권유관기관장이 각자 현 정부 실세들에게 줄을 대고 경합중이라는 등 갖가지 억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의 일치인지,의도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5일 증권업협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말을 했다.

이 위원장은 금감위에 출입하는 많은 기자들중 소수만 조용히 불러 난데없는 금융관련 협회의 인사(人事) 얘기를 꺼냈다.

협회 회장의 연임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비상근 회장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

바로 증권업협회가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회장 연임 문제가 걸려 있는 곳은 증권업협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협회는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술렁거렸다.

협회는 이 위원장의 발언내용이 전해지자 배 회장을 염두에 두고 소집했던 회장 추천위원회 회의를 서둘러 취소했다.

노조는 노조대로 정부의 간섭을 철회하라며 곧바로 이 위원장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증권업협회장은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총회(증권사 사장 모임)에서 선출된다.

정부가 선임 과정에 관여할 구석이 없으며 개입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금감위원장의 발언으로 증권업협회가 추천위원회를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증권계 인사들의 ''반응''이다.

기자가 짧은 시간에 접한 몇몇 증권인들 대부분이 "다 그런 것 아니냐"며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식으로 응답했다.

으레 그래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금융질서를 수호하면서 어느 곳보다 투명해야 할 감독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인사 공작''을 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의든,아니든 ''오해''를 자초한 이 위원장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민간협회의 자율규제기능을 다시 강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홍모 증권2부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