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부도는 첫 공기업 부도 사례라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끈다.

방만한 경영과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 장기간에 걸친 책임회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부실기업의 전형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그것이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적지 않다.

따라서 조속한 수습책과 더불어 원인 및 경과를 따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라고 본다.

한부신 파장이 이미 다른 부동산 신탁사로까지 확산되고 있고 자산관리공사 자회사인 코레트신탁 역시 자금난이 초읽기에 몰려 있음을 고려하면 지지부진한 당국의 대응은 여간 짜증스럽고 답답한 일이 아니다.

한부신이 자금난에 빠진 것은 이미 97년부터의 일이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도 99년 10월이며 작년 한햇동안 세차례에 걸쳐 1차 부도를 냈는데도 사건이 터지고서야 때늦게 대책반을 구성하는 당국의 안이한 태도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한부신은 3년전 경성비리 사건에 연루돼 전임 사장이 구속된 일까지 있었고 누적 적자와 눈덩이같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과 채권단 출자전환이 있었지만 개선은 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온 끝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중공업이 8백38억원의 어음을 돌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사실상의 부도어음에 대해 기약없이 기다릴 것만을 요구해온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는 납득키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하겠다.

건교부는 뒤늦게 비상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아파트와 상가 등 짓다 만 건물들과 복잡한 계약들이 과연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또 다른 신탁사들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개략적인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기업들이 권리-의무 관계가 복잡한 부동산 신탁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일의 처리 결과가 정부가 계획중인 부동산투자신탁(REITS) 제도 도입 등에까지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우선은 중소건설업체와 상가 분양자 등 선량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서둘러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건설산업의 더이상의 침체를 막는 미봉책이나마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조속히, 그리고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서는 공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아도 침체조짐이 뚜렷한 산업경기에 또다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관련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