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남동공단에 부는 바람에는 봄기운이 녹아 있다.

자금사정이 조금씩 풀리면서 화물차도 분주하게 오간다.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남동공단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차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남동은 반월과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인 중소기업공단.

기계 전자 화학 목재 등 여러 분야의 중소업체 3천3백여개가 이곳에서 제품생산과 수출에 애쓰고 있다.

봄이 오고 있지만 이곳 근로자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벤처열풍 때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그랬다고 치자.

요즘은 왜일까.

"공단 근로자들은 뜨거운 용광로와 코를 찌르는 화공약품 옆에서 묵묵히 일해 소중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요. 그런데도 연예인과 운동선수에만 열광하는 사회 풍조는 갈수록 만연되고 있습니다"

운반기계업체인 수성의 김정배 사장은 이런 분위기가 제조업 근로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단언한다.

잘나가는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수는 분명히 없다.

그런데도 사회의 이목은 스타에게만 쏠리는 것만 같다.

이들중 일부는 교과서에까지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열심히 도금작업을 해 수출제품의 품질을 높인 비슷한 또래의 젊은 근로자를 추켜세우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교과서에 실어준다는 얘기는 더더구나 없다.

그러다보니 젊은 근로자들은 "나는 뭔가"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실업자로 지내는 한이 있어도 이른바 굴뚝산업이나 3D업종으로는 오려고 하지 않는 것도 이런 풍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기업인들은 지적한다.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은 탄탄한 제조업 기반위에서 성장했다.

그 뿌리에는 대를 이은 장인들이 있었다.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제를 지탱하는 등뼈는 여전히 제조업이며 제조업 근로자는 경제전쟁의 최전선에서 총칼을 든 병사다.

이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을 때 이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을지를 공단내 기업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김낙훈 벤처중기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