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IMF(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한 한국경제평가 보고서는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몇가지 정책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관심을 끈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지명자 등 통상관계자들이 정부보조금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대해 취약한 금융현실을 고려하면 문제될게 없고, 또 올들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예산 조기집행과 금리인하 등 재정금융정책도 급속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IMF의 이같은 평가는 금융시스템 붕괴로 인한 채권시장 마비, 그리고 경기급속 위축에 따른 실업확대 등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비교적 충실히 이해하고 내린 적절한 권고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IMF가 전적으로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정책추진에 대해 제시한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신중히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한시적이어야 하고,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생긴 회생 가능한 기업에 국한시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우리 정부도 누차 강조하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집행 과정에서 그같은 원칙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어서 정책당국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같은 원칙이 무너진다면 사회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듯이 문제해결을 지연시키고 구조조정만 더디게 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조치도 어디까지나 구조조정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권고 사항은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시장규율에 맡기는게 중요하다는 대목이다.

물론 금융부문이건 기업부문이건 시장자율에 맡겨지면 구조조정의 속도가 더디어질 우려가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 개입이 불가피할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정부의 직접개입은 효율성을 가장한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정부주도의 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반성해 보면 정답은 더욱 분명해진다.

IMF가 정부정책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데 대해 안도할 것이 아니라 정책권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좀더 신중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