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 맥킨지인코퍼레이티드 컨설턴트 sy@media.mit.edu >

"찰칵 하는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뭐라고 할까,사진이 찍혔다는 그런 안도감을 주더라"

왜 기능의 수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면서 비싼 값을 받는 브랜드의 제품을 샀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새로 산 디지털 카메라를 보여주던 친구가 한 대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굳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카메라에 경쾌한 찰칵 소리를 더한 것에서부터 어쩌면 그렇게 꼭 필요한 곳에 위치해 있는지 경탄하게 된다는 버튼들에 이르기까지,쓸수록 그 세세한 배려에 감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전 제품이며 온라인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고 표준화되고 모듈화됨에 따라 각각의 제품으로서 기본적으로 약속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는,별 어려움이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는 곧 제품의 차별화는 기본적 기능을 통해서가 아닌,누가 어떻게 사용하게 될 것인가를 꼼꼼히 고려하여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세심한 정성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의미한다.

지금도 인상에 남는 디지털기기는 미디어 랩에 있을 당시 히로시 교수가 발표했던 ''Music Bottle(음악을 연주하는 병)''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던 노모에게 인터넷을 통해 날씨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드리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키보드가 어색하기만 한 ''사용자''를 위해 인터페이스는 전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몇 가지 예쁜 색깔의 병만으로 이뤄져 있었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 병들의 코르크 마개를 여는 것으로,교수의 노모는 그날의 날씨 예보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음악을 듣고 하루를 계획할 수 있었다.

디지털화로 인한 프로세스 표준화는 제품·서비스 생산자나 최종 사용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동시에 사용자의 감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내놓은 제품들은 색깔없는 일용품이 되기 쉽다는 위험도 감수해야만 하게 됐다.

일률적으로 보내진 전자카드나 획일적으로 동작하는 디지털 완구들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디지털 프로세스로 얻어진 여유가 최종 사용자를 따뜻하게 고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