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A 과장은 요즘 심신이 피곤하다.

설연휴때도 청와대 업무보고를 준비하기위해 출근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괴롭히는 것은 휴일을 반납할 정도의 격무가 아니다.

공존하기 힘든 두 과제를 조화롭게 풀어야 하는데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는게 더 문제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돼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라"는 지시를 받고 날밤을 샜지만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자괴심마저 느꼈다고 실토했다.

평생을 근로자의 권익보호와 고용안정을 이루는 쪽으로 전력투구해왔던 그로선 기업의 사정까지 봐주며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게 예삿일이 아니었다.

기업의 처지에선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경영환경에서 근로자를 탄력적으로 쓸수 있느냐의 여부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이 때문에 비핵심분야에서 파트타임근로자나 단기계약근로자,파견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1년이상 일을 시키면 퇴직금을 줘야하고 해고절차도 까다로운 까닭이다.

A과장은 모 중소기업의 K 사장으로부터 "사회보험료와 통신비 등을 포함한 간접비용이 임금의 2배에 육박하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보면 정규직을 쓸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불평을 듣고 아찔한 생각이 들었단다.

그말을 듣고 돌아서는 그에게 뒷통수를 치는 또 한마디의 말이 있었다.

"노동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선택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위해 천신만고끝에 도입된 정리해고제도마저 유명무실해지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노동부에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신고한 업체는 11개사.그나마 실제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업체는 3개사 뿐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부는 지난해말 1년미만의 단기계약근로자가 1년이상 반복적으로 일할 경우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토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고용안정과 사회보험 적용등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최고통치권자의 의중도 읽어야하고 노동계의 눈치도 봐야할 노동부의 실무자로선 이처럼 상충되는 과제가 등장할때마다 한숨이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최승욱 사회부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