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실력있는 IT(정보기술) 기업인으로 인정받겠습니다"

IT 업계에서 만나는 여성CEO(최고경영자)마다 한결같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IT 분야에서 여성이 창업했거나 성공했다고 해서 주목받던 시대는 지났다.

IT업계 여성CEO는 현재 60여명에 이른다.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다.

오프라인에서 탄탄히 쌓아온 경력이나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무장한 여성들이 속속 사이버세계에 진입, 자신의 영토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 세계에도 남성중심의 비즈니스문화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CEO들은 여성이라서 특별히 불리한 점은 없다고 얘기한다.

섬세함이나 유연함, 감수성 민첩성 등 여성적인 특성이 IT비즈니스에 유리하다는 소위 ''궁합론''도 그다지 내세우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각자 택한 분야에서 최고의 CEO가 되기 위해 매진할 뿐이다.


◆ 선두를 달린다 =이미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최고''로 평가받는 여성CEO들이 적지 않다.

국내 1세대 보안업체인 인터넷시큐리티의 강형자(40) 사장.

업계에서는 ''개인정보보안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바스프코리아 등 외국계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강 사장은 일찍이 보안시장의 성장성을 인식, 외국기업에 국내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95년 회사를 설립했다.

주력제품인 ''시큐어토큰''은 지난해 국내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온라인게임 ''레드문''으로 유명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46) 사장은 게임업계에서 알아주는 ''여걸''이다.

한번 시작한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 있다.

앞으로 김 사장이 뚝심을 발휘할 주요 사업은 전세계 게임시장 진출과 가상현실사이트 ''조인시티''의 유료화다.

정영희(37) 소프트맥스 사장은 국산 PC게임 ''대박'' 신화를 이뤄낸 주인공이다.

국산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던 95년부터 ''창세기전 시리즈'' ''서풍의 광시곡'' ''템프''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PC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손정숙(35) 디자인스톰 사장은 웹디자인분야의 최고수다.

97년 삼성SDS 사내벤처시절부터 회사를 이끌어 2년여 만에 웹사이트구축 시장을 평정했다.

사이트 구축뿐 아니라 e비즈니스컨설팅 웹시스템통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웹에이전시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뉴비즈니스에 도전한다 =닷컴비즈니스 등 새롭게 부각되는 사업영역에서는 20대 젊은 여성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박지영(27) 컴투스 사장은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무선인터넷게임분야의 개척자다.

박 사장은 사업초기에 "휴대폰으로 누가 게임하겠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모바일콘텐츠는 게임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갔다.

지난해 다마고치 블랙잭 춘추열국지 등 히트작들을 잇따라 내면서 모바일콘텐츠분야의 기린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학고와 카이스트 출신인 박신영(27) 베베타운 사장은 획일화된 교육현실을 개선하려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박 사장은 지난 99년 10월 국내 처음으로 출산.육아전문포털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경쟁업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앞선 기획과 아이디어로 베베타운을 동종업계의 선두업체로 이끌어 왔다.

지난 98년 10월 인터넷카드서비스를 시작한 인터카드넷의 김경진(24) 사장에게는 ''여대생 CEO''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지만 어리다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활발한 대외활동과 주요 포털업체들과의 잇따른 제휴성사, 중국시장 진출, 웹사이트의 착실한 성장 등 가시적인 경영성과로 인해 이젠 어엿한 닷컴CEO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달에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CEO''가 되면 "단 5분을 이야기해도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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