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돈이다"

날씨를 분석,매장영업에 활용하는 유통업체가 늘고 있다.

업체들간의 가격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날씨정보를 이용해 유통과정이나 재고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선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고나 유통과정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선도가 상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채소 과일 수산물 등과 계절상품은 날씨에 따른 소비예측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외국에서는 기상자료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안들이 이미 6~7년전부터 실행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날씨의 변동때문에 80억달러에 이르는 판매와 유통분야의 비용이 연간 변동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일본에서도 최근들어 제품별 임계온도를 산출해 날씨예보에 따른 수요를 미리 예측,제품의 효율적인 생산과 재고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해외사례=K마트는 미국 전역에 2천3백여점포를 가지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이 업체의 매출과 수익은 각 점포에서 물건을 배송해주는 책임자가 필요한 물건과 물량을 얼마나 "제때","제시간에"배달해 주는가에 달려있다.

만약 어느 지역에 수영복이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지역에 수영복을 배달한다면 이미 최적의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비자의 수요가 있기 전에 수영복을 배달해야 한다.

이를위해 K마트는 기상요인을 포함한 여러가지 요인으로 제품을 구분한후 제품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이같은 관리방법을 도입한후 K마트는 재고량의 18%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또 갑작스런 수요증가에 따른 배송물량 부족현상을 없앨수 있었다.

예컨대 K마트는 제품을 세면도구류 잡화류 등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기상변화가 심하고 고소득 중년층이 모여사는 지역에서 초여름에 많이 팔리는 제품군"등 으로 분류했다.

각 지역점포는 해당 상권의 기상이나 인구특성에 맞는 정보를 미리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점포의 배송책임자는 계절이나 기상변화에 맞춰 특정지역에 맞는 제품군을 제때 배송할 뿐 아니라 재고를 감소시켰다.

일본의 세븐일레븐 재팬은 민간예보사업자와 함께 개발한 기상정보시스템을 상품주문(발주)에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편의점내 단말기를 통해 기상정보를 볼 수있게 한다.

또 상권을 세분해 산이나 골짜기 등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도 제공한다.

이같은 정보가 편의점에서 효과적인 이유는 편의점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 때문.대부분의 편의점들은 POS를 통해 판매 당시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또 과거에 판매된 데이터를 이용,기상변화에 따른 매출의 변화를 분석한후 수요예측모형을 만든다.

여기에 상품판매 추이 및 재고정보가 결합되면 실시간 예측이 가능한 "수요 및 재고관리시스템"이 구축된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이런 시스템을 편의점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도시락과 야채판매에 활용했다.

세븐일레븐은 우선 각 지역의 강수확률과 기온 등 기상요건을 분석한후 지난해와 동일한 기상 조건시의 판매수량을 기준으로 예상판매량을 정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고객기호변화 등과 같은 "외부변수"고려해 최종 예상판매량을 결정한후 각 지점에 상품을 배송했다.

이를통해 세븐일레븐은 그동안 수요예측에 실패해 패기처분했던 도시락과 야채의 70%정도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사례=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날씨에 따라 상품구색이나 전략상품을 수시로 수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추운 날씨에는 음식코너를,더운 날씨에는 반소매셔츠와 청량음료매장을 확대하는 탄력적인 매장운영을 실행하고 있다.

LG유통은 제품과 날씨와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최적량을 각 지점에 배분하는 기상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인 훼미리마트도 날씨정보업체로부터 기상정보를 구입한후 날씨에 따른 판매량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생산량에 반영하고 있다.

"IMF한파 당시 날씨정보를 영업에 활용,매출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고량을 15%정도 줄일수 있었다"는게 훼미리마트 이건준 과장의 설명이다.

유통전문가들은 앞으로 날씨가 중요한 마케팅 정보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날씨정보를 분석하면 물량조절 가격조절 프로모션조절이 가능해진다"며 "국내 유통업체들도 날씨분석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수립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철규 기자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