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백50여개국 중에서 여성부가 있는 나라는 5개 뿐이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뉴질랜드.여성청이 있는 나라까지 합해도 9개국에 불과하다.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는 수치다.

그것도 선진국은 거의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지위가 높은 스칸디나비아3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들은 국(局)수준의 조직으로 만족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벼르고 있는 미국의 경우 위원회 정도에 그친다.

이쯤 되면 여성부의 존재란 선진국 아닌 후진국의 징표가 아닐까.

외국에도 여성부가 있다는 소식에 미국 영국 독일 등을 떠올렸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구미 선진국은 여성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부(Ministry)라는 조직 없이도 여성 문제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여성의 처지가 열악한 사회일 수록 여성부를 원했다.

여성부가 ''없는'' 나라가 ''있는'' 나라보다 앞서가는 국가인 셈이다.

놀라운 것은 여성부가 있는 5개국 중 유일한 선진국인 뉴질랜드의 경우 여성부 총원이 32명이었으나 파키스탄 여성부는 1백9명 규모란 점이다.

그렇다면 라이트급의 뉴질랜드보다 헤비급의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힘이 더 강할까.

파키스탄에서 여성은 차도르를 쓰지 않고 외출하지 못한다.

결국 부라는 정부기구,그것도 1백명 넘는 비대한 조직이 있다고 여성문제가 개선되는 건 아니다.

파키스탄 여성부가 5백명 규모가 된들 파키스탄 여성의 지위가 뉴질랜드 여성만큼 되지 못한다.

결국 문제는 제도와 법이 아니라 의식과 문화란 이야기다.

이슬람문화의 세례를 받은 나라,분쟁의 위험에 시달리는 국가에서 여성의 인권은 무시되기 쉽다.

파키스탄과 맞먹는 1백명 규모의 여성부를 갖게 된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성부보다 막강한 기구가 들어서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수십만권 팔릴 만큼 유교 악습이 온존하는 사회에선 어렵다.

여성부의 최종목표는 여성부가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윤승아 문화레저부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