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 LG-OTIS 사장 bob.jang@otis.co.kr >

설 연휴가 끝난 첫 출근날 휴가 뒤의 무력감 때문일까.

전화벨이 다섯 번이나 울렸는데도 누구 하나 받는 기색이 없다.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전화예절을 강조하고 교육을 했던가.

차라리 유치원생에게 한 시간만 전화받는 요령을 가르쳤어도 전화벨이 두 번 이상 울리기 전에 "감사합니다.○○반 누구입니다"라고 깍듯이 받았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었던 영국시인 워즈워스의 시 구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룰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성인사회인 듯 싶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대부분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이 감초격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사장도 직속 상관도 아닌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사원이라고 대답하면 정답이다.

다시 말해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고객과 접하는 사원들이야말로 고객만족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수년전 미국에서 잘 나가는 한 호텔 체인의 지배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호텔에서는 고객이 예약에서부터 체크아웃을 하는 전과정에 이르기까지 12개의 ''고객 접점''을 정해놓고 고객만족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 지배인에 의하면 이렇게 고객을 만나는 시점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MOT)''으로 규정하고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 한순간이라도 고객의 불만을 사면 그 고객은 다시는 자기 호텔에 투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정신으로 전 종업원이 무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화상으로 고객을 만나는 진실의 순간은 호텔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호텔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자기 호텔만은 매출이나 수익성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비결''이 바로 이 ''MOT''관리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업의 성공은 고객만족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유치원생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본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전화벨이 울리면 몇 사람이 서로 먼저 받겠다고 다투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