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전역이 광우병 때문에 집단히스테리 증세를 보일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우리정부가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아직까지도 광우병의 정확한 발병원인과 전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관계당국은 수입쇠고기는 물론 수입화장품 수혈 혈액약품 의료기구 등 다양한 감염경로를 점검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쇠고기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올 4월이면 처음으로 호주산 소가 수입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이대로 가면 서유럽국가들의 식생활이 크게 변화할 정도로 현지의 공포감은 심각하며 이로 인해 관련업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지난 96년 광우병 파동을 겪은 영국에서만 가축도살 광우병검사 사료대체 수출타격 등으로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축산업계는 쇠고기값 폭락 외에도 동물성사료 금지에 따른 사육비 증가, 광우병검사비 부담.검사장비와 인원부족에 따른 검사지체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세계적 외식업체인 맥도날드사는 유럽지역 매출이 10%이상 줄어드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문제는 광우병 발병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서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 등지에서는 광우병 검사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예상보다 5배나 많은 감염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동유럽과 우크라이나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보고됐으며 남미와 캐나다에서는 양과 사슴에서 비슷한 질병이 발견됐다.

드디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광우병이 전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으며 각국 정부는 광우병이 인간에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농림부는 지난해부터 유럽산 소와 쇠고기 그리고 동물성사료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해에만 22만t의 쇠고기를 수입했는데 주요 수입대상국중 하나인 호주에서도 최근 광우병 발병이 보고돼 수입축산물 검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내년말까지 유럽식품안전기구를 설립할 계획인 유럽연합(EU)처럼 우리도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되다가 흐지부지된 가칭 ''동식물위생방역청''을 설치해 관련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돼 있는 검역.방역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