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설 연휴를 낀 한경의 지난 주 경제면을 보면 우선 연초부터 시작한 ''이제는 시스템 개혁이다''라는 연재물과 최근 자금시장의 동향 분석, 그리고 한국통신 민영화 특집 등이 눈에 띈다.

1997년의 위기가 단기적으로는 정책 실패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 실패였다는 면에서 ''이제는 시스템 개혁이다''라는 연재물은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순간 IMF 극복을 선언한 뒤에도 여전한 경제 불안 문제를 볼 때 ''아직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런 면에서 새해에 이를 시작한 것은 나름대로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또 그 연재물의 1부를 ''정부부터 고쳐야''로 잡은 것은 여러 부문의 개혁 중에서도 정부부문의 개혁이 제일 뒤처져 있다는 일반의 인식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안기부예산의 정치적 유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난 주 ''곳곳에서 새는 국고''를 제목으로 국고 낭비를 다루었다.

여기서 특히 한국에 왔던 스웨덴 관리가 한국의 관용차 문화를 빗대어 "스웨덴에서 기사 딸린 전용차를 타는 사람은 국왕뿐이고 총리도 전용차가 없다"는 한마디 말은 많은 분석기사보다 확 와닿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다.

단순 기사에 덧붙여 공공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같이 제시한 것도 좋았다.

이후 구조조정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제일은행 매각과 그 총수로 등장한 호리에 제일은행장의 1년에 대한 평가 기사도 있었다.

여러 신문에서 많이 다룬 것으로 알지만, 이런 저런 장단점을 균형감있게 짚어준 것은 좋으나 정작 관심사라 할만한 ''3천억원 이상의 이익''의 근원이 무엇일까.

가령 그중 얼마 정도가 그의 공일까 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제시돼 있지 않아 아쉬웠다.

연초부터 호조를 보여온 증시는 자금시장의 해동 조짐과 더불어 경제전반과 주가에 대한 희망적 관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한경도 이런 분위기에 부응해 이에 관한 분석기사가 종합해설면을 장식하고 있다.

650까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외국인 전문가들의 견해가 실렸으나, 그 옆면에는 한국 자본시장의 불투명지수가 파키스탄보다도 못한 세계 5위라는 기사가 나란히 실려 이 둘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즉 최근 경기 예상에 대한 신중론은 ''연초 이후의 주가상승은 그동안 워낙 저평가돼온 한국주식의 단기차익을 노린 매수세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기업 개혁, 특히 지배구조나 경영투명성에 대한 평가가 겉만 번드르르 했지 속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주식 저평가의 원인중 하나라고 본다면, 이런 평가가 변하지 않는 한 장기투자는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주가는 바로 다음 날 600 이하로 다시 급락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650이 채 되기도 전 630도 못돼 팔자로 돌아선 것에 영향받은 것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주식 가치 적정수준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시사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월요일자 한경에 보도된 대로 진념 장관이 전경련 세미나에서 ''작년의 주가추락은 반은 정부, 반은 기업책임''이라고 한 말의 앞뒤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기업 개혁의 미진함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닌가 싶다.

연재물로 나오기 시작한 ''한국통신 민영화''는 이제 시작단계이니까 현상적인 소개위주이겠지만, 점차 심층적인 분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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