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5일 "2001년 세계 고용 보고서"를 펴냈다.

2000년 말 현재 전 세계 근로자 30억명 가운데 무려 3분의 1,즉 약 10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으며,취업자들의 직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보고다.

또 향후 10년간 인구증가에 따라 4억6천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할 것인데, 이 중 개도국에서 97%,특히 아시아에서 66%,즉 3억명 이상 발생한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개도국의 경우 21세기 가장 유망한 취업분야인 정보통신에 아직 거의 눈을 뜨지 못하고 있고,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이전될 일부 단순 저임 정보처리업무의 고용효과도 고작 1천2백만명 정도로 예상돼 심각한 실업사태가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개도국들은 고용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업문제 해결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촉구했다.


<>선진국은 문제없나: 이 같은 ILO보고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매우 다르게 비쳐지는 것 같다.

예컨대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노동문제 전문 컬럼니스트인 로버트 테일러는 지난 26일자에 이 보고서와 관련,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선진국 근로자들의 경우 현 직장에서의 평균 재직 기간이 1992년 조사 당시 10.2년에서 1998년 10.5년으로 변화가 없었다는 ILO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일반적 인식과 달리 "고용불안 문제는 너무 과장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ILO 자신도 단서를 달았듯이 한 직장에서의 평균 재직기간이 단축되지 않았다고 하여 고용안정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통계작성에서의 오류와 재직조건의 변화를 추가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완전히 도산해 사라진 기업들이 많은 상태에서 현재 가동 중인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가동률을 조사해 전과 비교할 수 없듯이,이미 일찌감치 퇴사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평균 재직기간을 조사해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뿐만 아니라 내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얼마든지 고용 조건이 불안해 질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용 받게 된 세계 각지의 유명 자동차공장 근로자들이며 IBM 근로자들이 이런 경우다.

사례로만이 아니라 통계로도 고용불안은 세계적 추세임이 확인된다.

독일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1980년대 초 80%에서 1990년대 중반 66% 수준으로 줄었고,15년 후에는 50%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도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이 1982년 20%에서 1990년대 중반 25%로 늘었다.

게다가 소매유통과 음식점,소규모 서비스업종 등에서 불안한 신분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1990년대 중반 55%에 달해 같은 시점 독일의 45%보다도 훨씬 높았다.

고용창출의 세계적 모범이라는 미국이야말로 고용불안이 높은 나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고용불안 심화의 원인: 첫째는 제조업의 무 이윤화와 경제 내 비중 감소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제조업의 이윤이 줄어든 데다,생산성 향상으로 총인구 중 제조업 종사자 비중이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초 33%에서 현재 17%로 하락했다.

20년 후면 전체 인구의 2%만이 제조업에 종사해도 물건이 넘쳐날 전망이다.

근무여건의 평준화와 급여의 평준화,그리고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상승을 유발했던 제조업의 퇴색과 이에 따른 산업시대의 퇴조는 정보사회와 지식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로 정보화에 따른 고용의 지리적 확산이다.

산업시대가 마천루로 상징될 수 있다면,정보시대는 무선모뎀으로 상징된다.

이제 일자리는 고층빌딩에 있지 않고,모래사장 속의 사금처럼 세계 곳곳에 있다.

셋째로 지식화에 따른 일감 감소다.

이제 부의 창출 원동력은 무한복제 가능한 지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분야 1위 지식인에게만 일감이 주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구 1인당 유급 일감이 독일의 경우 오늘날 1955년 당시의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관련학계 일각에서는 세계 인류가 1800년대,즉 전체 근로자의 3분의 2가 실업자였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신동욱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