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새 안주인 로라 여사가 화려하게 변신했다.

로라 여사는 ''내조하는 여성''''온화한 며느리'' 등으로 통해온 보수적 공화당 이미지에 걸맞게 선거 유세기간 중 수수한 옷을 입었다.

그러나 취임식을 앞두고 달라졌다.

취임 축하파티 때 반짝이는 작은 구슬이 가득 달린 빨간색 원피스와 황금색 재킷을 입었다.

취임식 때는 짙은 갈색에 청록색 수를 놓은 모자를 썼다.

언론들은 이 갈색 모자를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점찍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누가 만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었느냐는 뭇 여성들의 관심사다.

대통령 부인들은 패션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유행을 앞서가는 역할을 해왔다.

패션디자이너들이 가장 탐나는 모델로 퍼스트레이디를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이 경기부양정책을 펼치면서 패션소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의상과 액세서리가 화려해졌다.

퍼스트레이디인 낸시 레이건은 미국의 부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이브생로랑 등 고급브랜드 드레스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낸시 여사의 의상은 전임 대통령 부인 로잘린 카터의 소박한 모습과 곧잘 비교됐다.

단호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힐러리 클린턴도 슈퍼모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클린턴 취임 초기 힐러리의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와 단색 머리띠가 크게 유행했었다.

힐러리가 즐겨입었던 센 존(St.John) 브랜드의 흰색 수트와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의 드레스는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도 독특한 패션스타일을 남긴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창백한 안색에 새빨간 입술과 손톱,새까만 아이라인,그리고 시뇽 헤어스타일(깨끗하게 빗어올려 뒤에서 틀어 묶은 머리)은 그의 상징이었다.

심지를 넣어 어깨는 부풀리고 허리는 달라붙으면서 치마가 아래로 넓게 퍼지는 그의 옷차림이 다시 유행을 타고 있다.

재클린 케네디는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의 리더였다.

퍼스트레이디는 아니었지만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 또한 영국의 패션산업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천켤레의 구두로 유명한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 부인 이멜다도 패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그는 "필리핀 사람들은 스타를 원한다"며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패션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많다.

퍼스트레이디도 변수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