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 현대산업개발 사장 >


TV가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TV 있는 집에 모여 울고 웃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TV 보급률이 가구당 2대에 이른다고 한다.

자동차 보유대수도 가구당 1대에 근접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TV 컴퓨터 등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보유대수에 대한 통계측정 단위도 ''가구당''에서 ''1인당''으로 바뀌는 추세다.

우리가 사는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다.

시멘트 철근 유리 목재 등 각종 자재에서 광통신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공산품보다 많은 종류의 자재가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주택만은 1가구 2주택 소유가 중과세로 제한되고 있다.

법률로 제한되진 않지만 각종 부동산 관련 세법이나 규정들이 소유를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규제 때문인지 사회통념도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1가구 1주택 정책''이 70∼80년대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주택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었던 점을 돌이켜 보면 1가구 1주택은 매우 현명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주택보급률이 1백%에 근접하고 있고 주택공급능력은 수요를 초과한다.

이에 따라 주택에 대한 인식도 투기의 대상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이나 안정적인 투자 및 저축의 대상으로 변했다.

한 시대의 사고나 사회적 목표가 경제사회적 환경에 따라 결정되듯 과거 합리적이었던 1가구 1주택 정책도 현재의 여건 변화를 수용할 때가 됐다.

혹자는 ''한 가구가 한 주택 이상을 소유하는 것은 낭비이며 사치이고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원의 낭비''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수준 이하의 경제에서는 맞는 논리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경제상황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돼야 한다.

한때 우리는 1대 이상의 자동차 소유를 규제한 적이 있다.

대도시의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94년1월 도입된 1가구 2차량 중과세제도는 오히려 국민불편과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 국내 자동차 수요를 위축시켜 자동차 산업을 일대 위기로 몰고가기도 했다.

때문에 이 제도는 지난 99년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5년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건전한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미국에서는 경기의 바로미터로 자동차 판매실적과 주택착공 면적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주택산업은 다른 어떠한 제조업보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건전한 투자와 생산적 소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건전한 투자와 소비가 억제되면 소비는 음성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할뿐 아니라 경제를 선순환시키지 못해 실업만 확대시킬 따름이다.

1가구 다주택에 관련된 각종 세제상 제약 등을 과감히 풀어 고사상태에 있는 주택산업을 회생시키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윈-윈(Win-Win)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소비는 미덕''이라며 말로만 소비를 권장할 것이 아니라 가진자에게 건전한 투자와 소비의 대상을 부단히 공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기회복을 촉진시키고 고용을 증대시켜 나가는 것이 복지국가의 경제논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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