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을 잇는 유일한 정기컨테이너 항로가 두 달째 막혀 북한에서 전자제품이나 섬유제품을 생산중인 남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삼성전자의 평양 TV공장등은 생산중단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통일부와 업계에 따르면 인천과 북한 남포간을 운항하는 정기 컨테이너선사인 한성선박이 지난해 11월말부터 북한의 남포항 입항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측이 한성선박의 입항을 계속 거부하는 바람에 지난 21일 부정기선사인 선에이스해운이 들어가도록 했으나 역시 입항허가를 받지 못한 채 현재 외항에 대기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한성선박 대신에 부정기선사인 "람세스"가 취항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에대해 람세스가 정부와 협의없이 북측과 협의하는 등 해운 관련법을 위반했기때문에 운항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취항선사를 둘러싼 남북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이와관련 지난 22일 북측에 람세스취항불가입장을 밝히는 서한을 전달했다.

◆전자 섬유업체 임가공사업 피해=남북한간 정기컨테이너항로의 운항중단으로 북한에서 임가공 사업을 하는 국내 1백50여개 전자 섬유업체들은 자재 반출 제품 반입을 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등 일부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중국 단동을 거치는 우회 수송로를 이용,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삼득의 박영수 사장은 "인천과 중국 단동을 오가는 카페리호를 이용해 신의주를 거쳐 육로로 원부자재를 들여보내고 있다"며 "컨테이너당 수송비가 인천-남포간의 8백달러보다 1백50달러 이상 더 들어 원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부정기선이 운항된다고 하나 운항일정이 불확실해 북한 임가공 TV 생산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북한 남포항에는 전자 섬유제품이 담긴 컨테이너가 90여개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반출이 안돼 일부 섬유업체의 경우 납기 불이행으로 거래선을 잃거나 벌칙금까지 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항거부 배경=북한은 한성선박의 입항 거부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다가 최근 람세스가 들어오면 입항을 허가해 준다고 통보해왔다.

북측은 북에 진출한 남한 제조업체들과 임가공비 인상문제를 협상하던 중 "남북간 물류비용이 많이들기때문에 임가공비를 올려주면 적자"라는 남한기업들의 설명을 듣고 한성선박이 운임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해 선사교체를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한성선박은 "남포항의 비싼 입항비와 남북간 교역물량이 아직 적은 점을 감안하면 운임이 절대 비싸지 않다"면서 "북측이 지정하는 람세스도 우리(한성)와 같은 수준의 운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통일부는 북한측의 남북간 컨테이너 선사 교체 요구를 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람세스사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과 접촉하는등 법을 위반한 회사로 남북한 직항로 취항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에따라 지난 22일 남북경협위원회를 통해 선사교체 요구를 거절하는 서한을 북측에 보냈다.

이와 관련, 람세스 관계자는 "남북한간 교역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중국 대련의 한 선박대리점업체를 앞세워 북한 당국과 운항규칙등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성선박과 함께 인천-남포간에 취항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섬유 전자 신발업체를 중심으로 1백50개의 남한기업이 북에서 임가공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임가공을 위해 반출입하는 원자재및 제품은 연간 1억3천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