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시장이 외형상 눈에 띄게 안정되고 있다.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금리는 내려가고 주가는 올라가며, 부진했던 은행대출이 늘어나고 회사채 시장도 숨통을 트고 있다니 일단은 안도의 숨을 내쉴 만하다고 하겠다.

재경부 역시 최근의 시장 동향에 크게 고무된 듯 ''선순환 조짐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정도다.

자금시장이 점차 호전되고 있음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은 주가가 급등세를 보여 올들어 거래소는 25%,코스닥은 60%에 육박하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 중인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금리는 국고채 금리가 사상 초유로 낮은 수준인 5%대를 지속하고 있고 BBB등급 회사채가 새해들어 5천억원 이상 차환 발행되는 등 채권시장 또한 안정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또 은행 대출이 올들어 보름동안 만도 2조5천억원이 늘었고 기업어음(CP) 역시 발행액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지표와 통계에서 드러나는 이같은 상황이 과연 정부의 기대대로 선순환할 것인지,그리고 지속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이르면 대답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재경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최근의 자금시장 안정은 전적으로 정부의 인위적인 자금배분에 힘입은 것일 뿐 시장기능이 되살아났기 때문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채권시장이 그런대로 돌아가는 것도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에 기인한 것일 뿐 기업 신용위험이 낮아지면서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채권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속인수 대상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오히려 강등시키는 사례까지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주가 상승 역시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무작정 환영할 수 만도 없을 것이다.

5%대로 떨어진 국고채 금리 또한 이를 정상 금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위험을 꺼리는 자금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옮아다니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고채 가격(낮은 금리)이 형성된 것일 뿐이라는 냉소적 분석조차 없지 않다.

정부가 손을 빼면 곧바로 무너지는 허약한 구조인 만큼 현단계로서는 전혀 안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들이다.

일부에서는 최근과 같은 정부개입이 나중에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 정도다.

어떻든 미약하나마 회생가능성이 엿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자금시장이 선순환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당국은 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있는 시장관리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