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동 < 서울대 식물분자유전육종硏 소장 >

바이오 벤처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은 앞으로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가 어우러져 펼치는 생명공학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규모 특허권과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20년 전에 예고됐던 유전공학 시대는 어김없이 우리 앞에 찾아 왔다.

5년 전부터 미국 등의 국가에서 유전자 변형 면화와 옥수수 콩 등이 대량 재배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기에 이르렀다.

국내 생명공학 관련 생물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2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세계 생명공학 시장은 약 1백20조원으로 짐작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양산되고 인간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가 밝혀져 치료제가 개발될 2010년께는 이 시장 규모가 더욱 팽창할 전망이다.

바이오 녹색혁명은 전세계적으로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폭풍으로 몰려오고 있다.

<> 바이오 녹색혁명 =국내에서 처음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게 한 녹색혁명은 교배육종에 의한 벼 품종 개량이 주축이 됐다.

무엇보다 농민과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앞으로 기대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에 의한 녹색혁명은 생명과학이 가져올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이오 녹색 혁명이 가진 위력의 요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전자 변형 식물이다.

재조합유전자(recombinant DNA)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의 영역에 속해 있던 유전 현상이 시험관에서 자르고 붙이고 증폭할 수 있는 조작 대상으로 현실화됐다.

재조합 유전자를 다시 미생물 동물 식물에 넣어 생명 현상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생명체의 생명 현상을 전체 유전체(게놈)의 차원에서 판독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동.식물간은 물론 식물간에도 종이 다르면 유전자의 교류가 불가능했던 장벽이 허물어진 셈이다.

둘째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이 생명공학의 전부는 아니다.

즉 식물에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고도 식물 육종과 품종 구분, 검역 등에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분자지표를 사용하는 유전자 표지법이다.

종자회사에서는 수많은 식물체를 어린 식물 단계에서 목적에 따라 구분해 낼 수 있다.

셋째 분자세포 생물학의 발달로 제초제 저항성, 해충 저항성 등 현재 실용화된 유전자가 그동안 광범위하게 개발됐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많이 개발될 유전자들의 수와 종류에 비하면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의 증가 추세는 문자 그대로 기하급수적이다.

<> 생명공학 기술 어디까지 가나 =현재 생명공학 연구계에서는 병이나 어려운 환경, 즉 가뭄 추위 소금기 등에 강한 식물을 유전공학적으로 만들기 위해 식물이 특정한 병이나 환경에 대응하면서 만들어내는 저항성인 유전자를 찾아 도입하는 분자육종법이 개발되고 있다.

환경 오염을 막는 바이오 농약이 쓰일 것이고 한계 농지에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앞으로는 가능해질 것이다.

먹는 백신, 비타민을 함유한 쌀, 비타민 함유 식용유 등도 많이 보급될 전망이다.

<> 새로운 도전 =게놈 사업, 바이오 칩, 대형화, 정보화 등의 도입으로 생물학은 이미 생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의학자 약학자 생화학자 식물학자 농학자들도 종래의 전공분야만 고수해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들어서고 있다.

바이오 녹색 혁명도 점차 다국적 대기업들에 의해 독과점되는 추세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전문 인력들이 다수 확보돼 있고 이 분야가 비교적 최근에 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kimb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