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영진의 물갈이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폭도 커질 전망이다.

우선 시기와 관련해서는 일부 은행장들이 주총에 앞서 미리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우 평화은행장이 이달초 사퇴한데 이어 박찬문 전북은행장도 최근 물러나겠다는 뜻을 행내에 밝혔다.

박 행장은 지난 95년 전북은행장에 취임,3년 임기를 두번 연임한 상태인데 행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의표명에도 불구,재추대론도 일고 있다.

물갈이 폭을 보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권 상임임원은 전체 81명중 32명으로 예년보다 많은 편이다.

여기에 △공적자금투입은행의 책임추궁 △금융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 선정 △정부 개각에 따른 고위경제관료의 이동 등 외적 변수도 많아 인사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적자금투입 은행들=정부가 1백% 주주인 한빛 등 6개은행은 다음달 하순께부터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는 3월말 이전에 내부정비를 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한빛은행은 김진만 행장이 물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금융지주회사 사장이 한빛은행장을 겸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을 잘아는 40대의 기업인 출신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했다.

한빛은행은 관악지점불법대출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수길 부행장,이촉엽 감사의 문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화은행도 김경우 행장이 자진사퇴한데다 한기영 행장대행,박덕문 감사가 모두 임기만료돼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서울은행은 공석중인 감사를 선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강낙원 광주은행장,박동훈 경남은행장,강중홍 제주은행장은 대주주인 정부의 판단에 따라 교체여부가 결정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 경영진의 일괄적인 물갈이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해 일부 행장의 유임을 시사했다.

◆시중·지방은행들=항간의 루머대로 김정태 주택은행장이나 신동혁 한미은행장이 금융지주회사 CEO에 ''낙점''될 경우 시중은행장간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또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 주택은행장은 오는 6월말께 합병은행장을 결정해야하는 변수도 남겨두고 있다.

임원진 물갈이 폭도 클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윤교중 부행장과 천진석 부행장,신한은행은 최영휘 부행장,조흥은행은 이강륭 최동수 이완 부행장과 김재형 감사,외환은행은 드로스트,한스베른 부행장과 허고광 감사가 각각 올해 임기만료 된다.

이번 주총에서 일부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국책은행들=이경재 기업은행장(5월)과 양만기 수출입은행장(4월)이 올해로 임기가 끝난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4명의 임원 임기가 만료된다.

엄낙용 산은 총재도 정부 개각과 관련해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과거 관행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자체적인 임원인사를 시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개각을 단행하거나 재경부 등 경제부처의 상위직급 인사가 이뤄질 경우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경영진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