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ceo@secui.com >

일본 관광객들이 이태원으로 몰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이뷔통,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를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제품들은 가짜다.

새로운 디자인을 재빨리 흡수해 만든 이 가짜 제품들은 전문가조차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그러나 외양은 그럴 듯해도 품질은 삼류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최고의 제품을 창조하려는 장인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처업계의 행태는 가짜 명품 기술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 분야에 전력투구해 최고가 되기보다 돈 되는 사업 아이템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연구개발을 통해 실력을 다지기 보다 기업의 외형 부풀리기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벤처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 시스템장비 1위 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은 1백20여년 동안 통신 한 분야에만 전념해온 대표적 ''장인기업''이다.

1896년 고종황제를 위해 설치한 전화기와 교환기가 바로 에릭슨의 제품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에릭슨은 오로지 최고의 통신제품을 위해 연구개발에 전력했다.

지난 94년엔 휴대폰과 주변기기를 값싸게 연결하는 ''블루투스''를 고안,''추계 컴덱스 2000''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세계 최고 IT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리 작은 소프트웨어라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5개월 이상 테스트를 한다.

외국의 IT기업들은 최고의 제품을 위해 투철한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막 걸음마를 시작한 벤처기업들에 에릭슨 같은 장인정신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은 ''명품''으로 내놓을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뒤돌아보자.

너도 나도 머니게임에만 현혹돼 장인정신 없는 삼류를 쏟아놓고서는 일류인 양 우긴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벤처는 모험이 따르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명품''을 만들겠다는 투철한 장인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에릭슨처럼 도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