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인수 <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isp@lawyers.co.kr >

얼마전 인도로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짐의 안전검사를 하는 공항직원이 맨발이라는 점이나 듣던 대로 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심지어는 고속도로에도 소와 개를 비롯한 발 달린 짐승들이 나와 돌아다니는 것은 인도가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놀랄만한 것은 인도가 열악한 경제여건 속에서도 정보기술산업에서는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인재들이 미국이나 유럽의 정보기술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영화산업에서도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면서도 핵무기와 정보기술·영화산업 등에서 첨단을 걷고 있는 나라.

그래서 인도를 신비롭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과 인터넷 기반이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곧 디지털강국이 될 것이며 거기에 바로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통신혁명과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의 의식구조와 행태는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근대적이고 아날로그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변혁의 과도기에 살고 있기 때문인가,아니면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러한 이중구조에 익숙해져 버린 탓인가.

모두가 총론에서는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긍정하면서 각론에서는 온정주의와 구습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한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느슨하면서도 편안한 타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도 누군가로부터 ''통신수단은 최첨단이되 사고와 행동은 여전히 한세기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알 수 없는 나라''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구조조정과 시스템 개혁을 외치는 지금 우리 모두 반성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