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국부동산신탁 처리방식은 공기업 경영실패 부담을 민간기업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분당신도시에서 분양한 상가를 계약한 K모씨(분당 정자동 거주)는 "한부신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부실건설업체의 부도처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하는데도 시공업자와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은 소비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흥분했다.

실제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지난 1년동안 한부신이 1차 부도가 세번이나 났지만 이렇다할 대책을 못내놨다.

이번에도 삼성중공업이 어음을 돌리자 17일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1천2백76억원이나 물린 삼성에 ''더 참아달라''는 것이 고작이었다.

정부 주무부처는 물론 그 윗선까지 압력을 넣을 경우 민간기업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물러설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결국 삼성중공업은 이달말까지 어음만기를 연장해주고 말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니 사기당하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작년 3월에도 이랬다는 얘기다. 당시 삼성이 한부신의 분당 테마폴리스 공사를 끝내고도 공사비를 못받게 되자 정부와 관련부처 채권은행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조금만 기다리면 공사비가 해결될 터이니 어음만기를 연장해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작년말 연장해준 어음만기가 돌아오자 정부와 은행들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태도가 돌변했다고 삼성측은 주장한다.

한부신에 출자한 한국감정원 관계자도 "정부가 작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그 이후엔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부신이 분양한 아파트와 상가의 계약자,시공사 등의 피해가 2조원대에 육박하는데도 정부는 ''삼성이 참아라''는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대해선 틈만 나면 구조조정,투명경영,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라고 독려해온 정부가 막상 공기업인 한부신의 부실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것은 ''자가당착''이란 생각이 든다.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