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금리인하조차 일본의 주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1년전보다 29%나 하락했다.

엔화 역시 주가에 뒤이어 추락대열에 합류했다.

엔화는 이제 달러당 1백19엔대를 넘어서 1백20엔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채권수익률 역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란 예상에서다.

부도율 역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가뜩이나 허약한 일본 금융부문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수출도 저조하고 가계지출과 기업 투자 역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지 불과 5개월만에 시내 쇼핑가의 제품가격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은 다시 한번 침체의 망령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번의 침체위기는 한층 심각하다.신속히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부채는 과거보다 더 늘어난데다 여론마저 추가적인 공적자금 마련에 등을 돌리고 있다.

통화정책에서 내세울 해결책도 별로 없다.

일본중앙은행은 지난 여름에 올렸던 금리를 서둘러 다시 내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가뜩이나 희박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감이 더 떨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은행을 구제할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부동산 건설등 불황의 골이 깊은 업종에는 대형부도가 임박한 상태여서 은행들의 사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둔화가 끼치는 악영향도 크다.

일본의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불과하다.문제는 다른 부문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둔화까지 맞물리면 그나마 경제성장의 유일한 엔진이었던 기업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과거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익도 높아지고 결국 신규투자 자금도 늘어났다.

이런 선순환은 결국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려 가계지출을 회복시키는 연결고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요즘 발표되는 통계를 보면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90년대 중·후반 대대적인 공공투자사업이 쏟아져 나온 후 이제는 점차 공공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건설부문이 이같은 공적지출 감소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하락마저 겹쳐 일본경제 회복의 주역이던 하이테크와 신경제기업들은 신규 투자용 자금을 조달할 마지막 길마저 차단당해 버렸다.

이런 상황의 기저에는 디플레이션이 있다.계속되는 가격하락은 소비심리를 저해한다.

기업의 수익성도 불투명해졌다.빚부담이 도처에서 증가하고있다.지난 몇달간 도·소매 물가는 하락행진을 벌이고있다. 중앙은행의 추산으론 공식 경제지표들이 최고 1%포인트까지 디플레이션을 저평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고질적으로 1∼2%의 소비자물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끔찍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화하락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침체위기를 막는다면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도 좀 완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보다 전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미국으로부터의 쇼크,대형 부도,허약한 은행들로 인해 어느때보다도 취약하다.

뭔가 신속하고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물가하락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

바닥이 어딘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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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1월13일자에 실린 ''The air goes out''이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