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thkim49@mpb.go.kr >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미국은 2백년 이상에 걸쳐 산업화를 이뤘다.

일본도 1백년 이상을 거쳐 산업화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발연대의 압축성장을 거쳐 40여년의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냈다.

이와 같은 성과로 의식주 등 기본적 사회문제를 해결했고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목전까지 왔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경제적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한때는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모범답안이었고 모든 개발도상국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와 같은 우리 경제가 최근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와 빈곤에서의 탈출이 시급했던 개발연대에는 압축성장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성장을 위해선 빠르고,비용이 적고,즉각적이고,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원칙과 기본이 무시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역사에서 ''비약''이나 ''생략''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 당시엔 넘어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우리가 개발연대에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면서 간과하고 건너뛴 단계들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이상 과거의 낡은 의식과 가치관으로는 무한경쟁의 21세기를 헤쳐나가기 어려워졌다.

잘못된 제도의 청산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낡은 의식과 행동을 스스로 고쳐나가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소는 낮에 열심히 풀을 뜯어 위에 저장한다.

그리고 저녁 외양간에 돌아와서는 저장했던 풀들을 하나씩 꺼내 이를 되새김질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너무 빠르고 조급하게 앞만 보고 살아왔다.

우리도 이제 앞으로만 질주하는 시간의 흐름에서 때로는 살짝 빠져나와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지난날을 음미하고 반추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깊숙이 뿌리박힌 지나친 조급증을 털어내자.기다릴 때는 기다리고,늦게 갈 때는 늦게 갈 줄 아는 인내의 지혜를 깨닫자.

이러할 때 우리 삶에 유연성과 활력이 생기고 경제회복도 도리어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