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편에 자리한 S사.

공단 분위기(?)와는 달리 베이지색의 철제 건물이 산뜻한 느낌을 준다.

브라운관의 전자빔을 조절하는데 쓰이는 특수자석을 생산하는 복합소재 회사로 매출이 작년 30억원에 이어 올해엔 1백20억원이 예상되는 유망기업이다.

지난 1989년 회사를 창업한 K사장의 고집스런 기술개발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것.

올해중 일본서 전량 수입해 오는 투명전극 등 4개의 신기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K사장.

하지만 그의 얼굴엔 그늘이 져 있다.

그를 수심(愁心)에 잠기게 한 사건은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사장은 공동연구를 해온 모대학 교수의 추천을 받아 고아원 출신이라는 한 대학원생을 학비까지 대주며 기술을 가르쳤다.

하지만 돌아온건 인간적인 배신감뿐이었다.

그 대학원생이 핵심기술 자료를 챙겨 회사를 떠난 것이다.

벤처거품이 일던 작년초 그는 핵심기술 자료를 들고 다니며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이를 미리 알아낸 K사장이 소송을 제기, 일단 보류됐었다.

하지만 기술을 빼간 사람이 아직 상용화하지 않아 회사측에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 기술 도용자는 세무서 시청 등에 회사를 음해하는 투서를 넣었다.

K사장은 지난 1년 특별세무조사와 시 감사 등에 시달려야 했다.

"기술을 개발하면 뭐 합니까. 특허가 무슨 소용입니까. 법이 있어도 제대로 보호해 주지도 못하는데…"

기술로 승부하겠다며 매출액의 10%를 기술개발에 과감히 쏟아부었던 41세의 중소기업인.

그에게 아직도 주변의 환경은 기술보호의 방호막을 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정부는 바이오 정보통신 등 유망분야의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개척 등에도 신경을 쓸 방침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기술을 도용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오히려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기업인의 좌절감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오광진 벤처중기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