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은총재가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던 BIS(국제결제은행) 특별총회에서 BIS 자기자본비율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떤 뜻으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매우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이른바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는 일본의 경제학자들 중에는 기본적으로 BIS 자기자본비율 그 자체가 미국의 세계전략적 목적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저축률이 높은 일본의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이 미국등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 8%라는 기준이 경제학이나 경영학적 이론의 뒷받침이 있거나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숫자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런 풀이를 한다.

IMF 이후 국내은행의 생사를 가름하는 기준이 돼온 BIS 자기자본비율 8%는 따지고보면 바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가중치도 투자은행중심의 미국 등 서구금융기관에 유리하게 돼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8%가 미달되면 현실적으로 외환업무에 어려움이 생기는 마당이고 보면 은행들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BIS 자기자본비율 8% 기준이 실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기업금융 기피현상도 따지고보면 그 때문이다.

연말의 대대적인 기업대출 회수,CLO(대출채권 담보부증권)등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붙이기 위한 복잡한 금융기법이 나오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업무라고는 전무하다고할 상호신용금고 등도 이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습다.

은행·종금은 8%,상호신용금고는 6%로 기준숫자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BIS 스스로 현행기준의 문제점을 인정,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BIS비율을 지고지선인양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바로 그런 점을 우선 감독당국자들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