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는 모처럼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인지 재계의 다짐과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산업구조조정=회장단은 이날 불황업종을 중심으로 2차 산업구조조정을 업계 자율로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곧 전경련 사무국에 ''업종별 구조조정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손병두 부회장은 "현재 석유화학 업종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화학섬유 철강 등 7개 업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회사들이 해외진출시 컨소시엄을 구성,공동진출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경련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지원과 제도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미래산업 육성=재계는 전경련과 한국경제신문이 2001년 역점사업으로 펼치는 ''미래산업 육성''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경련은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초정밀기술) 등 ''3T''가 미래산업의 핵심기술로 등장한 만큼 이 분야의 인력양성에 정부와 재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배출되는 30만명의 대졸 인력을 대상으로 정보기술을 교육시켜 연간 3만명의 정보기술 인력을 수입하려는 일본에 취업시키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기업자금경색 해소=재계 회장들은 자금경색이 해소되지 않아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기업금융전담회사 설립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전경련 계획을 보고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경련 관계자가 전했다.

기업들에 대해선 구조조정에 가일층 박차를 가하자고 다짐하고,정부에는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를 자율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재계 회장들은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불안 심리는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확산된 것도 사실"이라며 재계가 앞장서 신뢰회복을 위한 설명회를 국내외에서 열기로 했다.

◆전경련 차기 회장=이날 회의에선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김각중 현 전경련 회장의 연임여부 및 차기 회장 선출건은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1년7개월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혹시 차기 전경련 회장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그러나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고 싶지 않다"며 "설도 됐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을 수행한 비서진은 "회장단의 일원으로서 월례회의에 참석한 것일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며 "지난해 7월 전경련 회장단이 이 회장의 자택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하며 이 회장의 건강을 위로해준 데 대한 답방 성격"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손 부회장은 "다음달 15일 열리는 전경련 연례 총회 1주일 전쯤 재계 회장들과 전경련 원로고문단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차기 회장건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