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석유화학 전기로철강 등 7개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업종은 설비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국내 과잉설비 해소차원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신 장관의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해당업체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업계자율로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만 있다면 이는 더없이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 장관이 밝힌 구조조정 방안은 업계자율을 빙자한 ''관제 빅딜''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산자부에서는 업계자율 추진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1차 빅딜 때도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도 겉으로는 업계자율을 빙자한 전력이 있는데다 처음에는 업계자율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정부가 개입한 다른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무리하게 추진된 1차 빅딜은 당초 의도했던 과잉설비 해소효과는 못거둔 채 온갖 부작용만 초래한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다.

온 나라를 2년째 뒤흔들고 있는 대우의 급격한 몰락과 현대의 유동성 위기도 따지고 보면 빅딜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빅딜 1호라는 한국철차는 한지붕 세가족 상태가 여전해 노사분규로 직장폐쇄까지 경험했고,이번에 또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으로 지목된 석유화학 빅딜은 2년이 넘도록 한 발짝도 못나가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이번에 거명된 7개 업종뿐만 아니라 어느 업종에서도 과잉설비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산업이라면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시장자율이어야 한다.

시장자율이 더디고 어렵다고 정부가 대상업종을 선정하고 짝짓기에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1차빅딜 때의 경험이다.

또 환란 이후 구조조정 와중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시한을 강요해 국부가 유출되고 외자유치에도 걸림돌이 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정부가 산업합리화와 관련해 해야할 일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설비의 감축 및 이전과 통합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인수합병시 산업합리화 차원의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