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현재 8억4천만달러 수준인 현대전자 수출환어음(DA) 매입한도를 작년 6월말 수준인 14억∼15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오후 긴급히 소집한 현대전자 채권은행 여신담당임원회의가 끝난 뒤 나온 금감원 이성로 신용감독국장의 설명이었다.

이날 회의는 현대전자가 지난 5일부터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를 거부,일부 은행들에 대해 만기여신 상환을 거부하면서 채권은행들과 힘겨루기에 들어가자 금감원이 중재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됐다.

DA매입한도 확대는 일종의 신규여신으로 각 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국가경제적인 중요성''을 감안해 금감원이 현대전자의 ''여신심사위원장''을 자임한 꼴이었다.

10일 각 은행은 금감원과 현대전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배정한 DA한도 확대문제를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은행마다 사정은 달랐다.

H은행 여신심사역은 "이미 충분한 한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확대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전자의 충분한 자구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결정은 보다 윗선에서 할 문제"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지난해 12월20일에도 9일과 비슷한 회의가 있었다.

외환은행이 소집했다고는 하지만 금감원 국장이 참석한 시중은행 여신임원회의에서 7개 은행이 현대석유화학에 각각 2백억원씩 1천4백억원을 신규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이 시장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특정계열에 대한 금융권 지원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반응은 금감원 기대와 달랐다.

주가는 연초 7일간의 상승행진을 마치고 이날 내림세로 돌아섰다.

조정장세였다는 설명과 함께 ''현대전자 법정관리설''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지원을 해달라고 떼쓰기 전에 11조원이 넘는 부채를 줄이는 자구이행으로 시장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지적을 현대전자는 물론 채권은행 금감원 모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