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한 정치판이다.

나라가 극심한 경제난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이를 풀어보려는 고민은 뒷전인채 새해벽두부터 여야가 사생결단의 각오로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참으로 역겹고 지겹기만 하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연말 연초에 불거진 ''의원임대''사태와 ''안기부 총선자금지원''사건 등으로 촉발된 여야의 공방은 주고 받는 한마디 한마디가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품위를 잃은 저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네 탓 공방만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죽기 살기식의 퇴로없는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는 당장 이전투구식 정쟁을 중단하고 이성을 되찾아 원칙과 정도로 정치쟁점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후퇴하고 있는 국내경기는 올 1·4분기중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서리라고 한다.

미국이 새해들어서자 마자 서둘러 금리를 인하했지만 어느정도의 경제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본의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에 상당한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또 다시 들먹거리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쉽게 집작할수 있는 일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와 온 국민들이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한다 해도 극복하기 쉽지않은 것이 오늘의 경제난국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밑도 끝도 없는 정쟁을 당장 중단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주기 바란다.

어느 모로 보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안정을 꾀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국회에 계류중인 민생관련 법안의 처리도 더 이상 늦춰져선 곤란하다.

벤처기업 육성법,부품소재 전문기업육성법,회사정리법 등 여야가 이번 회기내에 처리키로 합의한 법안들마저 뒤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터로 전락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수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 이대로 간다면 정치가 어려운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고,그럴 경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