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적으로 단행한 금리인하는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경기침체(recession)를 막기 위한 FRB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미경기를 연착륙으로 유도하는데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책 변화가 실물경제에 효과를 나타내는데는 대개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경제성장률은 16년만의 최고치인 5%에 달했다.

이중 3분의 1은 미국의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따라서 세계는 미국의 경기둔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든다고 해서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할 것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경기침체의 정의는 2분기 이상 연속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세계경제는 지난 50년 동안 한번도 침체기에 빠지지 않았다.

어느 한곳의 하강은 다른 곳의 상승으로 상쇄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세계경제 성장률은 2%를 웃돌았다.

최근 급속한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미국에 종속돼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수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낮아지겠지만 세계경제 전체가 일시에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미국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각각 3.2%와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경기침체에 민감한 나라도 있다.

캐나다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IT산업의 지출 감소로 한국과 대만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미미하다.

우선 미경기 둔화는 유류나 원자재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은 내려갈 것이고 원자재 수출국인 캐나다 멕시코 말레이시아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국인 일본과 유럽 등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외국인의 미국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에 대한 수출보다 투자가 훨씬 많다.

독일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기업의 매출은 독일의 대미수출액보다 5배나 많다.

이런 업체들의 순익은 내려갈 것이다.

한편 개도국의 경우 미국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기에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이 이에 취약하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무역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할 것이다.

미경기 둔화는 또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달러는 최근 2개월동안 이미 유로화 대비 12% 평가절하됐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외국인들이 미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달러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고 미경기부양을 위한 FRB의 추가 금리인하 조치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반면 유럽의 상황은 양호하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미국보다 적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비교적 낮아 주가폭락에 따른 소비위축현상이 덜하다.

게다가 올해부터 감세안이 본격 실시된다.

최근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유럽도 경기둔화를 겪겠지만 미국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3.4%)에 못미치는 3%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는 유럽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해가 될 것이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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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