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 LG-OTIS 사장 bob.jang@otis.co.kr >

"사장님은 취미가 무엇입니까?"

모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물었다.

인터뷰때의 단골 메뉴이기 때문에 대부분 골프요,스키요,등산이요 하는 준비된 대답을 하면 통과되기 일쑤다.

그러나 골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스코어를 물으면 난감해지는 수준이라 취미라고 하기에는 어쭙잖다.

또 설 연휴 때 단 한 번 가는 스키도 취미라고 하자니 내키지 않는 대답이다.

그런데다 좋아하고 자주 마시는 술을 취미라고 하자니 괜시리 체면 구기는 듯해서 머뭇거리게 된다.

"취미요? 글쎄…"하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우리 사장님은 일이 취미세요"라는 바람에 구원을 받았다.

물론 인터뷰 기사에는 취미부분은 빠졌다.

기자가 별 의미없이 물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이렇다''하게 마음이 당기는 멋을 갖지 못하고,또 세상 사는 재미를 못 느끼는 직장인들이 면피용으로 하는 전형적인 대답이라 활자화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되씹어보면 일이 취미로 승화할 수 있는 경지라면 분명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는 말이고,매일매일의 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멋진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원래 게으른 동물로서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일에 몰두하면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게으름을 피우는 것보다는 일하는 쪽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하는가 보다.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매주 월요일을 생각하고 한 주의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주말 계획을 세우고 금요일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들보다 성공하는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도 금요일 아침 인사는 굿모닝 대신 TGIF(Thank God,It''s Friday)라고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물론 TGIF가 일상적인 주말 인사처럼 돼 버렸으니 이 사람들을 게으른 사람들로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차피 하는 일인데 취미처럼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일에 흠뻑 빠져볼 만하다.

올해 경제가 매우 어렵다.

각자 맡은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매진해야 하겠다.

나도 올해에는 "당신 취미가 뭐요"하고 물으면 자신있게 "일을 하는거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다짐해본다.

그래서 ''Thank God,It''s Friday''가 아니라 TGIM(Thank God,It''s Monday)이라는 말이 나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