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협상이 결렬됨으로써 결렬 배경과 두 은행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한미은행은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1백% 충당금을 쌓아 작년 4천6백억원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자산의 클린화를 이뤘다.

대주주인 칼라일은 이를 계기로 일단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에 특화하는 독자적인 수익모델 구축에 전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의 선택은 유동적이다.

◆ 왜 결렬됐나 =기본적으로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이 합병이후의 주가상승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주당순자산가치상 하나-한미의 합병비율이 1.5대 1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칼라일에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중소기업.개인고객 시장 특화라는 전략과 상대적으로 대기업 여신이 많은 하나은행 영업구조를 조화시키는 문제도 고민거리였을 것이라는게 한미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 하나은행 행보에 관심 =하나은행으로서는 우선 증자를 통한 독자생존 기반구축과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을 생각할 수 있다.

작년말 김승유 행장은 대주주인 독일 알리안츠로부터 추가 증자시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알리안츠는 현재 12.46%인 지분율을 좀 더 올리는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계자는 "올해 13% 정도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가정하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2천5백억원 정도의 추가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택으로는 알리안츠 외의 해외 전략적 제휴선을 찾거나 국내은행 가운데 다른 합병파트너를 찾는 길이 있다.

이중 합병파트너를 다시 찾는 일은 현재의 은행권 구도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자금융지주회사 설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딱히 우량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새로운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