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의 양대 기축통화 체제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한때 0.82달러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유로 환율이 지난 주말에는 0.96달러선에 근접했다.

지난해 1백엔 밑으로 급락했던 엔·유로 환율도 1백10엔을 상회하고 있다.

상승률로는 각각 17%,20%가 넘는 수준이다.

모든 개도국 통화에 대해서도 유로화 가치는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유럽경제가 돋보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유럽경제 성장률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3∼3.4%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미국경제는 3∼3.2%,일본경제는 1∼1.5%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유로랜드의 세(勢) 부풀리기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던 그리스는 유로랜드에 성공적으로 편입됐다.

유럽통화동맹(EMU) 정착에 따른 불이익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유로랜드에 가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일상생활에서도 유로화가 사용된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유로화와 회원국 통화를 혼용해 사용한 과도기를 끝내고 단일법화로서 유로화만 통용되게 된다.

이 경우 유로화에 대한 보유심리가 더욱 강해져 국제금융기관들은 올해안에 달러·유로 환율이 1달러 이상으로 상승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화 강세현상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다.

최근처럼 세계증시와 세계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유로화와 함께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미 달러화에 대한 보유심리가 강해지는 것이 관례다.

동시에 수익률 저하로 각종 미국기금들은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자국내로 환수하고 있다.

반면 일본경제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정치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최대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경기회복을 위해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상황에서 엔화에 대한 보유심리는 일본경제 여건 이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

벌써부터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신엔저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엔화 움직임에 연동성이 높은 아시아 통화가치도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점은 한동안 위축됐던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점이다.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CSFB/트레몬트 지수는 지난해 3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헤지펀드의 활동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결국 새해 벽두부터 나타나고 있는 국제외환시장의 움직임으로 볼 때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엔저로 국제수지가 악화되면서 헤지펀드들의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되고 이로 인해 외환위기에 몰린 때와 비슷한 상황이 올해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은 유로화의 강세에다 미 달러화를 법화로 사용하는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의 확산 움직임에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논의 차원에 그쳤던 아시아 단일통화(asian single currency)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