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옷차림은 어떨까.

지난 1백년 동안 패션 디자이너들을 고민하게 만든 과제다.

1960년대에 활동했던 앙드레꾸레주는 21세기에 방수 방풍기능 등을 갖춘 비닐이 옷을 만드는 주소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미래패션을 컬렉션 주제로 삼았다.

장식 없이 몸에 딱 달라붙는 우주복같은 디자인이 평상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0년대 디자이너 파코라반은 2001년에 구리선을 이어 만든 바지나 번쩍이는 금속조각으로 만든 드레스가 유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21세기에는 기능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옷에서 남녀를 구분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디자이너도 있었다.

미래에는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성이 말살되고 따라서 옷차림도 금속으로 만든 기계인간의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대세였다.

20세기 디자이너들이 예상한 21세기 패션은 차가우면서 기계적인 것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21세기 패션은 이제껏 상상해 왔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도나카렌 조르지오아르마니 톰포드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올 패션은 인간적이고 화려하다.

색상은 오렌지 빨강 황금색 등 따뜻하고 환한 것이 주류다.

무늬도 다채롭다.

올 여름에는 꽃무늬에서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린트가 선보일 예정이다.

성적인 매력을 강조한 디자인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니섹스풍의 바지 대신 미니스커트와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 등을 입은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가죽점퍼에 터프한 진 차림의 액션영화 주인공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남성도 부쩍 눈에 띈다.

남성은 남성적인 멋을 강조하고 여성은 여성미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옷감도 하이테크 소재보다는 자연에서 얻은 천연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캐시미어나 알파카 등 희귀 천연섬유가 하이테크 합성소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21세기 패션으로 낙관적이며 자연친화적인 것이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옷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자연과 가까워지려고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밀레니엄에 거는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관도 또 다른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인간미 넘치는 패션은 지난 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여전히 트렌드를 주도해나갈 것 같다.

sol@hankyung.com